[가르칠 수 있는 용기-11]내 안의 나, 핵심감정이 학급운영에 주는 영향(3)
'당신이 옳다'고 나에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제 감정과 경험을 예시로 들며 '핵심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편에 걸쳐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감정에 대해 전문가도 아닌데 굳이 드러내기 민망해 보이는 내 이야기를 왜 밝히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발자국 속 서투름이든 무엇이든 마음을 밝히는 누군가의 공부에 보탬이 되면 해서입니다.
제 글에서는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핵심감정 중 가장 뿌리깊은 것과 마주치기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연수와 모임도 여러 번 있었고 정신분석/사회심리학/인간중심 상담 등 심리학 서적을 꾸준히 읽은 것도 보탬이 되었습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처럼 제 안에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밑바닥 감정들이 많았습니다. 그 감정들을 만나면서 두려움보다는 새로 밝혀 알게 되고 그것을 녹여나가는 기쁨이 더 컸습니다. 특히 10년 넘게 상담을 공부한 김경희 선생님의 '교사와 학생의 마음안전기지 만들기' 연수에서 직접 내 감정을 그 자리에서 숨김없이 관찰하고 드러내며, 몸으로 체험한 시간이 매우 유익했음을 밝힙니다.
사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것, 다 괜찮고 이미 충분하다는 것, 부족한 그대로 아름답다는 것 등등.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 앎이었다는 걸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말로는 자연스럽고 괜찮다고 했지만, 저는 더 나아지길, 성장하길, 이전의 약함을 다 극복해낼 수 있길 바라며 은근히 제 생긴대로의 모습을 낮추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낮추어 보고 있는 시선이 전부 핵심감정에서 출발했다는 건 모른 채, 어쩌면 때로는 공부하면서 오히려 핵심감정을 강화시키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때 제게 김경희 선생님이 해 주신 말은 제가 저에게 해주어야 했지만 오랜 길을 돌아왔던 말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공감을 제 자신에게 해 주었을 때, 정말 여태까지 경험했던 다른 따스함과 비할 수 없는 강력한 따스함이 마음을 채우는 것이 신체로도 느껴졌습니다. 당시 저는 이렇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 자연스러운 표현.
살아있다는 거였다. 나 여기 살아있다고, 몸부림친 거였다. 그냥 사랑받으려는 거였다.
나쁘다고, 틀리다고, 예민하다고 주눅 들 필요가 전혀 없던 거였다.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거였다.
있는 그대로를 다 수용받은 해묵은 감정은, 자연스럽게 풀려난다.
저절로 사랑을 느낀다.'
그 날, 이전에 정혜신의 책 '당신이 옳다' 를 읽으며 머리로 이해했던 부분이 비로소 마음으로도 이해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다른 말은 모두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하다.
그게 제대로 된 순서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예의이기도 하다.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