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있는 용기-12] 핵심감정이 학급운영에 주는 영향(마지막)
사람마다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하는 혹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낫는다는 약을 찾아도,
평정심을 찾으려고 정신을 갈고 닦아도,
지겹도록 똑같은 그 느낌으로 때가 되면 아픈 혹.
제발 떼내고 싶지만, 내 생명의 일부라서 뗄 수도 없는 혹.
그 혹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운다.
나의 단점, 약점, 역치, 아킬레스건, 핵심감정, 내면아이 .....
그 아픔은 사람이면 누구나 있어 비슷하면서도
사람마다 결이 다르고 핵이 다르다.
질투심, 서러움, 외로움, 무기력함, 불안....
때로는 묘하게도 혹부리 영감의 거짓말처럼,
혹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분노의 에너지, 불안의 에너지로
그걸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며 발전하기도 한다.
맨 처음 내가 세상에 왔을 때
사랑을 빼앗길 때 그 상처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
삶을 헤쳐 나가려고 이용한 감정이고 나를 살린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에 휘둘리기만 하는 삶은 너무 아프다.
그것이 내 삶 전체를 지휘할 만큼 강해져서는 너무 힘들다.
그래서 자꾸 바라보고 제대로 껴안아야 한다.
그게 쉽지 않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
아픔은 내가 살아있다는 박동이다.
어루만지면 피할 때보다 따뜻해지고,
눈물로 흘려보낼 때 좀더 나아지고 괜찮아진다.
교실에서,
교실을 잘 지키고 아이들을 잘 지켜야 한다는 ‘불안’ 때문에
나는 많이 공부하고 좋은 것을 찾아 헤매기도 하며
다양한 것을 배웠다.
하지만, 불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자꾸 불안의 감정이 나를 휘두르니
눈까지 가려졌다.
상황을 이미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니
여유로운 판단은커녕 초조함에 자꾸 메말라 갔다.
배운 것을 적용할 때 처음 품은 좋은 뜻이 흐려지고 껍데기만 남기도 했다.
모래 위에 쌓은 성,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도록,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방법이나 틀이 아니었다.
그건 충분히 많이 배우고 모았다.
이제는 원동력을 놓아줄 때였다.
불안에서 벗어나 내가 괜찮다는 걸,
온전하다는 걸, 더 편안해도 된다는 걸
스스로가 정말 믿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걸 깨닫게 되었다고
혹을 뗄 수는 없다. 데리고 살아야 한다.
다만, 이제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다.
그리고
가끔
혹이, 노래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