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임 줍는 교실살이]10. 첫만남, 쌤 첫 글똥
올해 아이들의 삶을 가꾸어주는 방법으로 아이들이 글을 쓰게끔 하고 싶은데,
바라는 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부터 꾸준히 글을 써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선생님 글똥 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빤하게 저의 말투와, 부족한 마음가짐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에 걱정도 되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시기마다 그 때의 최선의 글이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꾸준히 기록하고 싶어서, 에듀콜라에 이따금씩 옮겨보려 합니다. ^^
10. 첫 만남, 쌤 첫 글똥
2019. 3. 4.
오직 하나뿐인 우리반 친구들! 안녕?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매일, 여러분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어요.
매일 쓰는 글을 ‘글똥누기’라고도 불러요. 왜냐하면 (조금 더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매일 화장실에서 큰일을 잘 보아야 건강하다고 하듯, 글도 매일 쓰면 좋다는 뜻으로요.
매일 우리가 살면서 마음속에 어떤 생각과 마음들이 생겨나요. 그 생각들을 다 삼키거나 잊어버리는 것보다, 말하고 나누고 싶은 것을 매일 매일 꺼내어 버릇하면,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하고 싶은 생각이 꺼내어져 시원하기도 하거든요. 마음이 자라나고 건강해질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에게는 일주일 2번을 최소로 이야기했지만, 선생님부터 매일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글을 쓸 때 억지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써서 남기고 싶어서, 혼자 묵히기 답답하거나 근질근질한 내용이 있어서 글을 쓴다면 선생님은 참 기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짧게 적어도 되긴 하는데, 하나 조건(?)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다면 ‘ 밥 먹었다.’ ‘운동했다.’ 만 간단히 적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그 대신 예를 들어서
밥 차려주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관찰했거나,
등교/하교하면서 관찰한 것,
놀이할 때 특히 웃기거나 즐거웠던 점,
고마웠던 일, 쑥스러웠던 일,
속상했던 일과 그 까닭 ...... 등등
처럼 무엇을 쓰더라도 내 생각이나 자세히 본 것이 드러나게 써 주세요. 나중에 보아도 아무 특징 없는 내용을 억지로 남기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니까요. 여러분이 성장하기 위한 것이죠.
사실 어제 여러분을 처음 만나기 전에 선생님은 설렘도 컸고 걱정도 컸습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일들 때문에 우리 반만 헤매게 되지 않을까?’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마음이 잘 맞을까?’
‘여러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잘 들어줄까?’
첫날에 이것저것 하는 말과 나눠주는 안내장이 많아서 힘들 것 같았는데 잘 참여해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조금 엉뚱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진행이 늦어지기도 했는데, 다행히 중요한 내용을 설명할 때는 다 잘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책상 속, 사물함 정리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여러분이 집에 가고 나서 선생님 혼자 교실을 쓸었는데 먼지가 많이 나왔어요. 그 동안 책상 속에 묵은 먼지가 많았나 봐요. 1년 동안 이 교실을 아껴서 잘 사용합시다.
여러분은 벌써 5학년이고, 선생님보다 이 학교 선배나 다름없으니 든든합니다. 어제 선생님이 말하다가 깜박하거나 급식실 방향을 헷갈린 것처럼 실수하는 부분을 이해해주고, 도와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
(첫날에 여러분은 어떤 것을 느꼈나요? 궁금합니다. 일기장은 저녁에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아침이든 원하는 때 적어주세요. 하루에 몰아서 쓰진 말고요.)
그럼 오늘 첫 글똥누기는 여기까지 씁니다. 긴 글 읽어주어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