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사회를 공부하는 한 가지 이유
선생님은 사회를 가장 좋아한단다.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야. 이유는 모르겠어. 그냥 재미있다고 할까? 하지만 이런 이유는 사회를 괴로워하는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겠지. 그래서 선생님도 생각해봤어. 왜 사회를 공부해야 할까.. 그리고 딱 한 가지로 정리했다.
바로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야.
사회는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자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공부하는 과목이다. 내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어떤 곳에서 사는지 모른다고 상상해보렴. 과연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잘 모르는 것 투성이기에 남들이 하자는 대로 살게 될 거야.
근데 왜 이렇게 공부할 게 많냐고? 그러게 말이다, 허허. 기왕 많은 거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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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다가왔어. 무슨 일이지 궁금하던 마음에 가만히 기다렸지. 그런데 갑자기 내 뺨을 때리는 거야. 그리곤 자기 자리로 돌아갔어. 그런데 그 사람이 다시 다가와. 과연 이전처럼 가만히 기다릴 수 있을까? 가드 올리든지 도망치든지 하겠지.
역사는 그 때렸던 뺨을 기억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공부하는 거야. 만일 그 사람이 나를 때렸단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뺨을 맞을 수 있어. 과거에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역사 시간에 하는 거란다.
역사를 공부하는 또 다른 이유. 바로 정체성이야. 나의 뿌리를 아는 거지. 그게 살면서 무슨 도움이 되냐고? 너의 어렸을 때 기억이 모조리 사라진다고 생각해보렴.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고, 무엇을 좋아했으며, 친한 친구는 누구였는지. 내 부모님은 누구이며,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는 거야. 내일, 아니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데 아무 상관이 없을까?
생각보다 과거는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단다. 내가 했던 생각, 행동 등이 쌓여 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그 정체성은 지금 여기서 내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지. 한국사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세계사는 인류로서 정체성을 배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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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는 세계가 굴러가는 핵심 원리란다. 현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과거 원시 시대에도 그랬어. 경제란 먹고사는 것에 관한 문제거든. 현대 자본주의에선 돈이 생존에 꼭 필요한 것처럼, 과거에는 음식이 그랬어. 그리고 그 음식을 얻을 수 있는 땅. 땅과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과거 역사의 대부분이란다.
경제는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야.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 그걸 공부하는 거야.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가격을 결정하는지, 화폐 가치는 왜 계속 하락하는지, 인플레이션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른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모든 공부가 그러겠지만 경제는 특히 생존을 위해 공부해야 해. 안정적인 공무원이 아니라면 더욱 경제에 민감해야 하지. 선생님은 공무원 아니냐고? 맞아. 그래서 사실 경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잘 모르는 편이야. 하지만 최근 저출산으로 공무원 연금이 깎이는 등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고 느껴. 선생님도 경제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지만, 최근 공부하며 느낀 건 경제는 사회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어. 역사, 정치와 전체적으로 이어지거든.
정치와는 어떻게 이어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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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의원들 뉴스만 보면 답답하지. 왜 저렇게 싸우기만 할까? 하지만 정치를 경제와 엮어서 보니 조금 이해가 가더구나. 국회의원들은 경제적 관점이 완전히 다른 싸움을 해 왔어. 바로 보수와 진보. 여기서 보수는 성장과 자유에 주목하지. 세금을 적게 걷어 그 돈을 개인이 자유롭게 쓰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야. 진보는 분배와 복지에 주목해. 세금을 많이 걷어 분배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지.
처음 이런 개념을 공부할 때는 당연히 진보가 옳다고 생각했다. 복지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해지고, 부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기 때문이야.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을 뒤집을 기회조차 잡기 어렵지. 이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최근 드는 생각은 보수의 입장도 나름 이해가 간다는 거야. 지나친 분배는 노력의 가치를 깎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이건 선생님이 어느덧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게 정치의 전부는 아니야. 그래도 어느 정도 큰 틀은 이렇단다. 너 생각은 어떠니? 이렇게 정치를 공부하면 뉴스가 보이고, 경제 관점이 생기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너의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단다. 선거 때 아무 생각 없이 당 보고 뽑는 게 아니라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지.
정치에 관심을 가지렴. 정치를 공부해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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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지리는 정말 재미있는 분야야. 사회와 과학, 인문학 등이 함께 어우러지거든. 지형에 따라 기후가 바뀌고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어. 같은 지구지만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역사와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리의 차이야.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은 땅이 넓고 온대 기후에 큰 강들이 흘러서 벼농사짓기 맞춤이었지. 벼농사는 집단생활이 중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생활 방식이 되었어. 그리고 중국이 큰 나라로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경이었지. 반면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양은 많은 산맥으로 여러 나라가 쪼개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 지중해성 기후는 벼농사에 어울리지 않았지. 결국 여러 나라가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생활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고를 가지게 됐어. 그리고 경쟁을 통해 서로 끊임없이 발전했지. 이는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기술과 부의 발전까지 끌어냈어.
지리의 최고 수혜자는 미국이야. 비옥한 토양, 풍부한 자원, 깊고 넓은 강 등은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환경이었지. 한마디로 금수저인 거야. 덕분에 미국은 뒤늦게 출발했지만 누구보다 빨리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
어떻게 보면 지리는 타고나는 거야. 그런데 그 지리가 이렇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니.. 신기하지 않니? 지리를 공부하면 오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넓혀 준단다.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해봤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체적인 인간이 되는 거야. 우리가 사는 사회를 알아야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거든.
언제나 그렇듯 너만의 이유를 찾아 보렴. 사실 선생님은 굳이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어. 왜? 그냥 사회가 재미있으니까. 너도 그런 과목이 있지 않니?
뭐, 과학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