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이야기] 만화가 변하고 있다 (5. 스파이더맨)
(2018년 설문조사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마블 캐릭터 인기투표를 하면
4위 아이언맨
3위 캡틴 아메리카
2위 헐크
였습니다.
성조기를 달고 나온 캡틴아메리카보다 더 인기많은 캐릭터는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바로
스파이더맨입니다.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은 평범한 미국의 고등학생 피터 파커가 거미에 물려서 거미줄을 쏘며 엄청난 점프력을 갖게 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고들을 해결해나가며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PHOTO: MARVEL ENTERTAINMENT)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은 첫 등장부터 아주 화려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처음 만화로 등장했을 때, 마블에서 두 번 다시없을 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등장과 동시에 최고 인기를 누리며 다양한 문화 산업과 상업 산업에 파급력을 일으켰습니다.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맨이 미국인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1962년 뉴욕 한복판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스파이더맨의 본체 피터 파커의 가정형편은 어렵습니다. 당시 미국은 중산층보다 빈민층이 많았으며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의 대다수가 가정형편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피터파커는 소극적인 성격에 키도 작아서 학교에서 불링을 당하는 약한 캐릭터였습니다. 그런 학생이 초능력을 가지게 되어 수많은 덩치와 악당을 물리치는 스토리는 당시의 가난하고 힘없던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판타지를 안겨주었습니다. 자신도 스파이더맨처럼 되는 상상을 하며 잠이 들던 학생들은 스파이더맨을 제일 사랑했습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았지만 동시에 마블에게 가장 고난을 안겨주었던 히어로 역시 스파이더맨입니다. 영화화할 계획이 없던 마블이 판권을 넘긴 캐릭터 중 하나가 스파이더맨입니다.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구입한 소니는 스파이더맨을 영화로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처음 영화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림 속의 스파이더맨을 소화하는 토니 맥과이어의 연기는 배우가 곧 캐릭터처럼 보일 정도로 영화 속에 잘 녹아 있었습니다.하지만 이후 스파이더맨은 이상하게도 계속 흥행에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 배우를 앤드류 가필드로 바꾸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2편이나 개봉하지만 이 역시도 큰 실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지나친 캐릭터 소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니는 스파이더맨 영화를 제작하면 스토리에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삼촌이 죽는 슬픈 사건,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초능력, 여자 주인공이 악당에게 잡혀가는 시련. 소니가 바꾼 것이라고는 빌런, 즉 악당의 형태를 바꾼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소니의 리부트는 사람들에게 반복되는 이야기로 느껴졌고 사람들은 여기에 실증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이후 소니는 더 이상 스파이더맨을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부터 인기가 많았던 만화 속의 스파이더맨은 이후 마블 코믹스 만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CU를 정립하면서 영화 콘텐츠 계획을 짜던 마블에게 스파이더맨은 반드시 데리고 와야하는 캐릭터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판권을 이미 팔아버린 마블은 끝없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블은 소니에게 협상안을 제안합니다. 본인들이 스파이더맨 영화를 제작할테니 배급은 소니에서 맡아달라는 것입니다. 소니의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었습니다. 배급으로 인해 버는 수익은 마치 앉아서 돈을 버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협상하여 탄생한 영화가 바로 <스파이더맨; 홈 커밍>입니다.
말 그대로 집(마블)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의 이야기입니다. 배급을 하기로 한 소니도 별 기대가 없던 이 스파이더맨은 마블의 전략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MCU속에서의 스파이더맨은 이전의 스파이더맨과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이 것이 바로 마블의 전략입니다.
1960년대와는 다르게 미국 내에서는 빈민층보다 중산층의 비율이 더 컸으므로 스파이더맨을 중산층의 자녀로 설정했습니다. 초능력을 강조하기보다는 피터 파커의 히어로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으며, 더 이상 삼촌이 죽거나 여자 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하는 시시한 스토리는 제거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사람들이 원하고 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캐릭터로 완전히 탈바꿈 한 것입니다. 이후 제작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역시도 대박을 이루며 마블의 스파이더맨 귀환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마블은 이렇게 손해보는 타협을 이끌어 냈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마블은 전혀 손해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니가 스파이더맨을 만들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마블은 두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에 아이언맨을 등장시켰습니다. 마치 아빠가 없는 스파이더맨에게 아빠를 만들어주듯,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스파이더맨인 것처럼 두 캐릭터의 연관성을 MCU속에서 돈독하게 만들었습니다. 두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 덕분에 사람들은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을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하게 되었고, 한 쪽이 없으면 진정한 스파이더맨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소니는 더 이상 스파이더맨 영화를 제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언맨을 등장시키지 못하면 스파이더맨은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소니와 마블의 협상을 통해 마블은 어벤저스에 스파이더맨을 등장시킬 수 있었고, 만화에 등장한 에피소드를 아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뜩이나 인기가 좋은 스파이더맨인데,
역대 스파이더맨이 모두 등장한다는 소문이 있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다른 말로 삼파이더맨이 마블 팬들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2021년 12월 15일, 하루 남았네요.
저는 바로 확인하러 가 봐야겠습니다.
보고 와서 다음 편 들려드릴게요. (찡긋)
*글 속의 이미지는 '네이버 무비, 포토'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서적 : 이건웅, 최승호(2020) <트랜스미디어 시대의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북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