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이야기] 만화가 변하고 있다 (2.DC 코믹스)
2. DC Comics
DC코믹스는 타임워너가 수요한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이먼트의 출판 부서 중 하나에서 시작했습니다. 1934년에 설립되었으며 이후 미국 만화의 80%를 점유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죠. National Allied Publications의 인기 시리즈였던 <Detective Comics>에서 따온 'DC'의 이름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DC코믹스가 만화계에서 갖는 의의는 매우 중요합니다. 초기 코믹스 산업은 신문에 연재된 만화를 모으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문사에서 수용해주지 않으면 종이에 불과하였기에 수많은 만화 지망생들은 갈 곳을 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DC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충분히 만화 출판이 가능했으므로 신문사에서 거절당한 만화화가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DC는 당시 코믹스 산업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가장 미국적이며 미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슈퍼히어로의 대명사로 통하는 슈퍼맨은 DC가 앞장세우는 히어로입니다. 이후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던 DC에서는 밥 케인과 빌 핑거가 배트맨을 탄생시킵니다. 1941년에 여성 히어로인 원더우먼이 탄생하면서 비로소 DC의 대표적인 캐릭터 3개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린랜턴의 실패
사실 DC는 3대 캐릭터가 아니라 4대 캐릭터입니다. DC 코믹스의 세계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그린랜턴'이 바로 그 마지막 히어로입니다. 우주는 3,600개의 섹터로 나누어져있으며 모든 섹터는 그린랜턴 군단에게 수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린랜턴의 능력은 녹색 빛을 뿜는 파워 링을 끼면 비행부터 시작해서 극한의 상황에서의 생존력까지 세상의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만큼 강력해집니다. DC는 히든카드를 꺼내듯 2011년 <그린랜턴>을 개봉시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린랜턴은 유례없는 실패를 기록합니다.
'이렇게 망하기도 힘들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그린랜턴의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린랜턴의 가면은 194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면 디자인조차 바꾸지 않고 원작을 그대로 반영한 그린랜턴은 DC코믹스의 전신을 지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나 이미 화려한 이펙트와 대단한 추리력으로 수준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그린랜턴은 촌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그린랜턴은 DC 내에서 금기어로 통할 정도로 DC는 그린랜턴의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린랜턴으로 인한 피해는 흥행 부진에 멈추지 않고 DC의 유니버스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유니버스 아래에 개봉한 그린랜턴은 DC 유니버스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따라서 이후 개봉하는 DC의 영화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어 DC는 매번 리부트 과정을 거쳐 영화를 개봉했습니다. 이후 'NEW52'라는 대대적인 리부트를 통해 세계관을 다시 정립하기는 하지만 이미 마블 MCU로 영화계의 슈퍼히어로물의 판도가 바뀌고 있어 한 발 늦은 리부트는 DC를 다시 흥행반열에 올려놓지는 못했습니다.
공간의 비현실성
DC의 유니버스를 마블 유니버스에 비교하여 살펴보았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은 '비현실성'입니다. DC 유니버스의 실제 세계관은 명확한 배경과 성격을 가진 슈퍼히어로와 슈퍼 빌런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공간적인 배경은 미국 내의 대도시라고만 되어 있을뿐 실존하지 않는 곳입니다. 슈퍼맨의 메트로폴리스와 배트맨의 고담시티는 현대 문명의 도시 모습이지만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마블은 영화 속에서 아이언맨이 '나를 찾아와라, 말리부 180 포인트.'라고 말할 정도로 구체적인 지명이 언급됩니다. 마블은 현실적인 공간과 캐릭터로 사람들의 친숙함을 노렸다면 DC는 비현실적인 공간 설정으로 사람들에게 일부러 거리감을 두었습니다. 완벽하게 우상으로 만들기 위해 주변에 있을 수 없는 히어로로 설정함으로써 DC는 자신들만의 카드를 가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이며 물리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캐릭터는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는 있엇지만 다수에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만화 잡지를 사서 모으고 굿즈를 소비하는 마니아층이 영화 콘텐츠 성공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극장 개봉을 기본으로 하는 여화 콘텐츠는 개봉할 당시에 순간적이고 폭발적인 파급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매력적이어야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간의 비현실성을 통해 히어로를 인간과 분리한 DC의 전력은 아쉽지만 영화계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둘 다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만화인데, 영화로 넘어오면서부터는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향유하는 연령층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사실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에 맞추어 만화가 영화가 되고, 소설이 드라마가 되는 현상을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마블과 DC의 세계관을 비교해봤다면, 그 세계관 안에 존재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더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히어로들을 다음편에서 더 자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글 속의 이미지는 '네이버 무비, 포토'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서적 : 이건웅, 최승호(2020) <트랜스미디어 시대의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북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