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이야기] 만화가 변하고 있다 (1. 마블 코믹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 글 머리에는 항상 저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길래 아직도 강조를 하는 것일까 싶을 정도입니다. 근데 변하긴 하는데, 뭐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부 제각각이니까요. 굳이 정리해보자면 아마 변하는 것은 무엇이 되었건 그 '모습'이 변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말이 길었네요.
그냥 오늘은 누구나 좋아하는 '만화'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만화
만화(漫畵, 문화어: 이야기그림, 영어: comics 코믹스[*])는 시각 예술의 일종으로, 일반적으로 말풍선이나 자막 형태의 글과 그림의 조합으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다. 초기에는 캐리커처나 간단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많은 하위 장르를 가진 예술 매체로 발전했다. (출처: 위키백과)
제가. 감히.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여러분은 만화를 언제 처음으로 접하셨나요?
아마 만화를 처음 접하셨을 때 그 재미에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
줄로 된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함과 역동성.
심지어 읽고있는 만화의 다음 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조차 즐거웠습니다.
다음 권이 나오면 누가 먼저 빌려갈까 수업 마치자마자 만화방에 달려가서 빌리는 그 짜릿함.
(그때만큼은 세상 제일 부러웠던 만화방 주인 아들딸들.....)
그렇게 만화를 읽던 사람들이 성인이 되었고, 이제 그 성인들은 새로운 세상 속에서 만화를 즐기며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여러분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만화를 즐기고 계신가요?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고 미국의 만화 덕후들이 만들어낸 세계는 어마어마합니다. 그중 마블의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이러다 콘텐츠들이 마블에 잠식되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지만, 전 일단 마블을 굉장히 즐기고 있는 편입니다. 왜냐면 재밌으니까요.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가 없으니까요.
근데 묘하게 DC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슈퍼맨은 알지만 영화를 보러간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블 영화는 개봉 날짜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스파이더맨.... 12월....) 같지만 다른 코믹스의 세계. 나름 명쾌한 해답이 있었습니다.
답을 들려드리기 전, 한 가지 알고 가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트랜스 미디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Transmedia Storytelling)은 하나의 이야기나 이야기 경험이 여러가지 플랫폼과 형태로 전달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한 가지 이야기를 책, 영화, 라디오등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와는 달리 통합적인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와 포맷을 통해 독립적이며 또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합쳐질수록 더 입체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말한다.
문화 산업에서 새롭게 등장한 용어라고 하기에는 이미 상당히 자리잡은 용어입니다. 만화가 영화가 되고, 애니매이션이 드라마가 되는 '형태의 변화'를 OSMU라고 했다면, 트랜스 미디어는 향유하는 사람들의 재창조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트랜스 미디어는 앞으로도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흐름입니다.
그중 만화는 트랜스 미디어 시대에 맞추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콘텐츠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트랜스미디어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트랜스 과정은 보면 볼 수록 재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길게 말할 거니까 단단히 마음먹고 시작해주세요.)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가 만화 콘텐츠에서 영상 콘텐츠로 넘어가는 순간 그들은 전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코믹스가 처음 등장하는 194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작품이 성공했는지는 코믹스가 벌어들인 금액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꼭 성공을 흥행에 비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업 만화와 영화에서는 흥행이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흥행을 위해 마블과 DC가 어떤 전략을 선택했는지 살펴보면 흥행이 납득되실겁니다.
1. MARVEL COMICS
이름도 웅장한 그 마블입니다. 마블 코믹스는 1939년에 출판업계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1961년 스탠리와 잭커버, 스티브 딧코의 <판타스틱4>에 '마블(Marvel)'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였고 이후 쭉 마블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2009년 월트 디즈니사가 40억 달러에 마블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마블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 사랑해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arvel Cinematic Univers; MCU)
마블은 만화 콘텐츠를 영화화하면서 유니버스를 세우는 데에 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렇게 만든 유니버스를 마블 시네마틱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이라고 하며 마블이 정립한 유니버스는 이후 마블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굉장히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마블 코믹스에서부터 기반이 되었던 유니버스에는 캡틴아메리카, 스파이더맨, 엑스맨, 판타스틱4, 헐크, 토르, 아이언맨 등 다양한 히어로들이 등장하여 스토리를 이끌어 나갑니다.
기존의 코믹스 유니버스는 멀티버스(다중우주)와 유니버스(평행우주)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헐크'는 감마선을 쐰 사람이 괴력을 가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입니다. 기본적인 플랫을 바탕으로 코믹스 시절에는 여러 만화 작가들이 각자의 콘셉트에 맞게 헐크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다양한 콘셉트의 헐크를 인정하고자 마블에서는 각각의 헐크에 세계관을 부여하며 넘버링 하였습니다. 기본 플랫은 모든 만화에서 공유하고 있으므로 평행우주라고 하며, 각각 넘버링 된 세계관을 다중주우자록 합니다. 다시 말해 많은 번호의 유니버스가 존재하며 각각 독립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블은 코믹스 시절 여기저기 분산되었던 유니버스를 하나로 합치려고 했습니다. MCU의 헐크는 코믹스에서와는 다른 캐릭터이지만 기본 플랫은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코믹스에서 드장했던 헐크의 콘셉트를 이후 MCU 속의 헐크에 차용하며 유니버스를 활용했습니다.
마블이 대대적으로 MCU를 정립한 이유는 이후 제작할 모든 영화를 계획하고 제작에 들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Phase로 구분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콘텐츠 제작 기획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연결됩니다. 거대한 MCU덕분에 긴 시간동안 제작되는 각 영화 속의 내용이 하나의 맥락으로 꿰뚫게 되며 수많은 단서들을 숨겨놓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 한 편을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
마블 스튜디오 이야기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것이 DC코믹스의 영화들입니다. 두 영화는 만화를 영화로 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스토리 측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마블 코믹스의 경우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입니다. 캐릭터마다 강점과 약점을 부여했고, 캐릭터들은 성격적인 결함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했죠. 반면 DC코믹스는 인물의 배경과 성격에는 큰 변화 없이 이 인물이 겪게 되는 역경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영화화에 더 적합한 것은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중심 스토리텔링'입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은 스토리의 배경을 알지 못해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 공감하며 캐릭터 자체에 빠져들게 되므로 마블 코믹스의 이야기를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됩니다. DC코믹스의 스토리 전개는 원작을 알아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흔히 말하는 '덕후'가 아닌 이상 영화에 빠져들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히어로의 드라마
MCU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히어로입니다. 빌런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반인이 가지지 못하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MCU의 히어로들은 반드시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능력과 콤플렉스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히어로의 자리를 내어놓기까지 하죠. 앤트맨는 시빌워에 참여하지만 독일에 금전적인 손해를 끼치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이후 캡틴 아메리카의 도움으로 탈옥하지만 딸을 생각하여 자수를 하고 히어로를 은퇴한 뒤 가택연금 2년을 선고받습니다 .강력한 히어로지만 여느 인간과 다름없는 고민을 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드라마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마블 히어로들에게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좌우명이 있습니다. 히어로가 가지고 있는 남성 파워 판타지 이면에 있는 파워 판타지의 악목적인 면이 수반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헐크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힘을 가진 순간에는 이성을 잃은 괴물에 불과하며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아이언맨은 자비스와 철갑슈트로 히어로의 능력을 갖지만 심장에 박힌 아크원자로가 없으면 생명을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토르는 묠니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이를 잃어버리는 순간 힘이 없어지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힘만 있는 히어로가 아니라 어쩌면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사는 평범한 인간과도 같은 그들의 삶에 사람들은 큰 위로와 공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MCU의 히어로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블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마블을 잘 몰랐던 사람들도, 마블을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들까지 열광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DC는 어떤 전략으로 영화계에 발을 딛었을까요? 마블과 달랐던 점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드릴게요.
다음 편에서요. 히히
*글 속의 이미지는 '네이버 무비, 포토'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서적 : 이건웅, 최승호(2020) <트랜스미디어 시대의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북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