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知의 세계]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이중섭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관은 '이중섭'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어요.
인터넷 예매는 연일 매진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갑니다.
저는 운 좋게 현장예매로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스)
이번 이중섭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음이 먹먹해지는 전시'라고 하고싶어요.
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
당장이라도 그림을 뚫고 나올 듯이 움직임이 살아있으며 거칠지만 정확한 묘사로 이중섭만의 결을 가지고 있는 그림입니다.
그 와중에도 그렁그렁한 소의 눈은 사람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고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소 그림만큼 유명한 이중섭의 그림은 바로 '은지화'입니다.
은지화는 작품이 아니라 이중섭의 표현 기법 중 하나를 말합니다.
담배갑 안의 은박지를 펴서 뾰족한 것으로 그림을 꾹꾹 눌러 그린뒤 먹이나 잉크를 채워 그린 그림이죠.
도자기 상감기법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중섭 작품을 알아보고 감상하는 것은 대부분 이 즈음에서 마무리합니다.
덧붙여 은지화를 직접 해보는 체험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근데 너무 어려워요.
이렇게 미술관을 한 바퀴 돌고나면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소'와 '담배갑'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중섭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바퀴 돌아볼까요?
#1_ 삶
나름 유복했던 이중섭의 삶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6.25 전쟁으로 남으로 내려오고, 일본인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두었지만 생계 문제로 가족들을 모두 일본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한국에 남겨진 이중섭은 돈을 벌기위해 작품 활동에 온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일본으로 가서 가족을 만나는 방법을 찾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지만 고작 일본에서 가족을 만날 수 잇던 시간은 고작 일주일이었습니다.
부산, 통영, 진주, 대구, 서울을 전전하며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이중섭은 끝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홀로 생을 마감합니다.
#2_ 아이, 게, 물고기
이중섭 작품에는 아이가 많이 등장합니다.
여러명의 아이들이 한데 엉켜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등장하는 '게'와 '물고기'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가에서 노는 아이들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사실 세밀묘사가 없는 아이와 게, 물고기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이중섭에게 이 주제는 아주 특별합니다.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짧습니다.
그 짧은 시간 중에서도 이중섭 마음에 가장 오래도록 남은 시간은 제주 생활이었습니다.
'게'와 '물고기'는 이 제주 생활을 의미합니다.
간혹 등장하는 '말'도 제주 생활을 보여줍시다.
아이들, 게와 물고기는 제주도에서 가족과 함께 지냈던 얼마 되지 않는 이중섭의 행복한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_ 은지화=그리움
이번 전시는 이중섭의 '은지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시입니다.
다른 전시실보다 조금 어두운 조명 탓인지 은지화에서 반사되는 은은한 빛들이 그림의 온도를 높입니다.
이중섭이 그린 은지화는 거의 모든 그림의 주제가 '아이'와 '가족'입니다.
그렇게도 유명한 소는 발자국조차 은지화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은지화는 슬픈그림입니다.
이중섭이 마음으 병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렵사리 그린 그림 속에는 가족과 제주도 생활밖에 없으니까요.
그 짧은 추억은 이중섭을 살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은지화를 가만히 살펴볼까요?
표정을 읽기 힘듭니다.
모든 사람은 눈을 감고 있습니다.
미소인지 아닌지 도통 알 수 없는 묘한 입모양이 가득합니다.
그림 속 아이들은 분명히 한데 얽혀 놀고 있지만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 그림입니다.
손바닥만한 은지를 꾹꾹 눌러 그린 그림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3_ 편지
전시실을 따라 걷다보면 특별한 마지막 전시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편지'입니다.
이중섭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와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는 한 줄 한줄마다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어떤 내용인지 보실까요?
그 시절 최고의 로맨틱 가이 이중섭?!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아버지였던 이중섭.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것 같은 '흰 소'앞의 이중섭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요?
저는 참 좋았습니다.
난해하지 않은 그림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때면 동화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만약 아이를 데리고 이중섭 전시를 간다면,
어떤 그림이 제일 기억에 남는지 물어보지 마시고 이렇게 물어봐주세요.
"너에게 힘을 주는 행복한 추억은 뭐야?"
이상 마음으로 그림을 보는 샨티였습니다.
우리 같이 미술관 갈래요?
1. 예약
국립 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어요.
관람일 14일 전 저녁 6시부터 예약이 가능합니다.
일반전시도 굉장히 좋아요.
꼭 함께 예약해서 두 가지 매력을 모두 느껴보세요.
예약 홈페이지☛ https://www.kguide.kr/mmca001/
2. 사진촬영
제일 마지막 영상을 제외한다면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타인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플래시는 꺼둔 상태로 촬영!
3. 굿즈
저는 미술관을 가면 항상 엽서를 삽니다.
몇 천원으로 이 전시를 가장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엽서로 간직해보세요.
4.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이 있습니다.
만약 이번 전시가 마음에 드셨다면 다른 관의 전시도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