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관계 패턴 이해하기
또래관계 패턴 이해하기 (자녀, 학생의 친구 관계를 이해하는 법)
“엄마 채현이가 나랑 안논데...”
6살 딸아이가 엄마랑 하는 대화를 들으며 마음이 좋지 않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은 친한 아이가 본인을 포함해 3명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2명에게 소외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른 두 아이의 집에서도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이러한 친구 고민은 교실에서도 보게 된다.
3학년인 여자 아이는 고민을 이렇게 적었다.
‘혜진이가 나에게 마지막 경고를 했다. 2번 기회를 준다고 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나는 이제 혜진이와 단짝을 하지 못한다.
어른들 말을 꼭 들어야 하나보다.
친구를 많이 사귀었어야 하는데
한명밖에 없다보니 힘들다.‘
살아가면서 제일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성인에게도 인간관계는 어려운 숙제이다.
어린아이들에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학부모로서, 교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의 관계패턴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아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미약하나마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7세까지의 아동의 관계 패턴
첫 번째 중요한 것은 근접성이다.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이것은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이어진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놀이능력의 차이이다.
자신의 놀이 단계에 맞는 친구와 어울린다.
놀이는 개인놀이와 협동놀이가 있다.
관계를 맺는 것은 협동놀이가 가능해야 한다.
더불어 상상력을 발휘해서 놀 수 있는 상상놀이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다.
어릴수록 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서 친구관계가 갈린다.
세 번째는 갈등해결 능력이다.
이 시기의 갈등은 주로 ’물건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많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 ’그 물건을 선점했는가?‘에 따라 해결하곤 한다.
3학년 교실에서도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먼저 잡았거든. 내가 먼저 찜했거든.”이라고
자기가 선점했다는 것을 알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이 단계에서는 고차적인 갈등해결력을 요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갈등해결은 사과를 하는가 안하는가에 그 해결이 달려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갈등이 커지기도 하고 해결되기도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갈등은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갈등을 통해서 상대방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갈등의 긍정적인 면이다.
아이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을 부모나 교사가 모두 해결하려고 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심하지 않다면 어느정도의 갈등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갈등으로 인해서 겪는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싸움을 통해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네 번째는 중요한 것은 친밀감의 표현이다.
내가 호감가는 친구에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것은
성인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 시기의 여자 아이들은 친구에게 선물을 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친밀감을 표시한다.
8~12세 초등학생의 관계패턴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친구관계가 기분에 따라 자주 바뀐다.
그래서 지속성이 없다. 반면 고학년은 친한 친구 몇 명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기간인 1년을 넘기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관계의 중심이동
이시기 또래 관계의 첫 번째 특징은 관계중심의 이동을 들 수 있다.
관계의 중심이 부모에서 친구로 점차 비중이 옮겨간다.
한편으로 부모의 영향력이 줄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다루기 힘들 수 있지만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인격체로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성별 행위규범
두 번째 특징은 성별에 맞는 행위규범이 존재한다.
주로 동성간에 관계를 형성하며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서 폐쇄적으로 운영한다.
이 시기에 또래 안에서의 규칙은 굉장히 중요해서 어기는 순간 퇴출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친구간의 규칙은 옷을 입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행동하고 말하는 방식까지 규정되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달리 말하면 또래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암묵적 규칙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남자 아이들의 또래관계 특징
남자 아이들은 놀이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는다.
함께 놀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친구와 사귀게 된다.
그래서 잘 노는 친구, 재미있는 친구를 선호하게 된다.
놀면서 자신들의 우정을 쌓고 서열을 정해간다.
남자 아이들은 관계를 맺을 때, 친한 아이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자랑한다.
“나 어제 게임에서 골드까지 랩업했어!” “니 이거 할줄 알아? 못하지?”와 같이
티격태격하며 자랑하고 깎아내리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친한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친밀함의 증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른이 들으면 마치 싸우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리고 남자답지 못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소한 것으로 잘 우는 남자아이는 일명 ‘찌질이’로 찍히며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다.
남자 아이들간의 서열은 보통 신체적 힘의 우열로 정해진다.
누가 싸움을 해서 누가 이기는지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말할 수 있다.
직접 싸우지 않아도 이미 서열이 정해져 있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러나 신체적 힘 뿐만 아니라 성적이나 가정의 경제력이 힘의 우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인기 있는 남학생은 걱정, 고민을 내색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기 있는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걱정과 고민이 드러날까봐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인기로 인해서 다른 친구들의 기대와 선망을 받기는 하지만
그로 인한 부담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의 또래관계 특징
친구를 사귀는 방식이 남자 아이들은 놀이중심이라면
여자아이들은 관계중심이다.
친구의 관심을 받고싶어하고
자신의 감정을 공감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남자 아이들보다 크다.
자신들의 비밀을 꺼내 놓는 것이 친밀함의 증표이다.
속마음을 표현하고 슬플때에는 위로를 받고
기쁠 때에는 서로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지려 하면 덫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나랑 저 아이 중에 누가 더 좋아?”라는 말로 친근함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여자 아이들은 외모를 치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헤어스타일이나 복장, 화장(고학년의 경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자 아이들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그룹별로 비슷한 복장과 치장을 하고 다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작은 머리핀이나 머리띠를 같은 것으로 함으로써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친밀감을 느낀다.
여자 아이들에게 그룹의 친구들과 비슷하게 외모를 치장하는 행동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된다.
인기 있는 여학생은 육체적인 매력이 있고
주변 여학생 관리를 잘 한다.
주변에 능력이 있거나 외모가 출중한 아이들을 모아 관리함으로써 힘을 모은다.
주변에 누가 있는가가 바로 여자 아이들의 서열을 결정짓는다.
인기 있는 여학생에게는 친교의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런 제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거절할 때 신경을 쓰지 못하거나 횟수가 잦아질 수 있다.
그로 인해 너무 거만해 보이면 오히려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
자신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친구들이 바로 자신의 힘이 되기 때문에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자칫 잘못으로 인해 관계가 깨져서 왕좌에서 추락하게 되면 학교생활 자체를 힘들어하게 된다.
남자 아이들끼리 공격을 할 때는 육체적, 언어적 공격을 한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험담을 하거나 무시를 한다.
상처가 더 오래 남는 것은 바로 여자아이들의 이러한 관계적 폭력이다.
연령별로 관계하는 방식이 다르다.
6~8세에는 물건을 누가 먼저 갖고 놀 것인지,
누구와 함께 놀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8~12세가 되면 누구를 신뢰하고
친하게 지내며 협동할 것인지가 강조된다.
청소년기에는 비밀, 같은 문제를 나누어 갖는 것과
더불어 정체감이나 가치관이 우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성인이 되기까지 친구로 남아있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시기별 관계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평생친구를 갖는 것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시 우리반 학생의 일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한명밖에 친한 친구가 없어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적어주었다.
‘친구가 한명이라 그 친구와 다투면 힘들지?
그런데 친구를 더 많이 사귀려면
한명을 사귈 때 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다른 친구에게도 투자해야해.
쉽지 않은 일이지.
사람마다 친구를 사귀는데 쓰는 에너지는 모두 다르단다.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다면
그만큼 친구에게 쏟는 에너지와 시간이 많아져야 할 거야.
파이팅!!‘
본 글에 쓰여진 이름은 모두 가명임을 알려드립니다.
참고서적
<간단명쾌한 발달심리학>
<아이의 친구관계, 공감력이 답이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