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월간잡지 창작] 월간 잡지, 왜 만들어요?
[Intro] 월간 잡지, 왜 만들어요?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아이들이 '우리'가 되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진다고 느껴지신 적이 있나요?
저는 아이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기 초에 특히 많이 느꼈습니다. 교실 놀이를 준비하던 어느 3월이었습니다. 어색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교실 놀이만큼 좋은 활동이 없지요. 놀이를 막 시작하려고 책상을 뒤로 밀었는데 교실에 바닥에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에고~ 교실 바닥이 더럽다~ 이거 같이 치워주실 분?”하고 물어보는데 다들 멀뚱멀뚱 제 눈을 피할 때, 참 난감했습니다. 이 때 나서주는 한 두명의 아이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기분은 좀 그래도 청소야 저도 몸을 움직여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진주와 조개’처럼 짝을 이루는 놀이에서 어디에도 끼려고 하지 않고 겉도는 아이가 있을 때는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소외되는 아이 없이 끼리끼리 잘 놀고 있는 것 같아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보면 무언가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하고 맞는 친구하고만 그룹지어 놀 때가 많아요. 이런 교실에 있으면 저 역시 섬처럼 느껴져요.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면 철썩이는 파도를 건너 생존 수영을 해야 하지요. 몇몇의 끼리끼리가 아닌 우리 모두가 되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할까요?
라디오 PD 정혜윤은 ‘우리’가 된다는 것은 별자리가 되는 것과 같다고 했어요. 별은 서로 몇 만 광년씩 떨어져있지만 지구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별을 연결하며 북두칠성, 오리온자리, 카시오페아와 같은 별자리 이야기를 만들어내었지요.
각자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선을 긋는 것이 바로 ‘우리’가 되는 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서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달 잡지를 펴냈습니다. 이렇게 펴낸 잡지가 <오삼불고기>와 <왕만두>입니다.
이름부터 독특하지요? 이름을 정하는 일이 ‘우리’라는 정체성을 세우는 첫 단계였습니다. 공모를 통해 후보를 정했고, 토론으로 치열하게 이름을 정했습니다.
매달 내는 학급 문집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이 <오삼불고기> 1호입니다. 매달 만들어갈수록 업그레이드하여 매 호마다 주제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오삼불고기> 3호는 동화 『아름다운 아이』, 4호는 동시, 5호는 동물권으로 주제를 잡았습니다. 다음 해에 독서 동아리 아이들과 만든 <왕만두>는 행복, 우정, 자유, 죽음과 같은 삶의 가치를 다루었습니다.
이러한 주제로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 편집, 디자인, 인쇄, 제작, 배포의 과정을 아이들과 모두 함께 추진해야합니다. 공동의 프로젝트로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아이들끼리도 이번 호에서는 무엇이 제일 재미있었는지, 다음 호에 어떤 원고를 실을 지 이야기하느라 바쁩니다.
이렇게 잡지를 만들며 우리가 되었을까요? 아이들은 놀랍게도 우리가 되어가는 마음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랩을 ‘오삼불고기’ 아이 3명이 학예회에서 발표했습니다. 유튜브에서 키즈 앨범을 내자고 문의도 왔던 바로 그 랩.
다음 글에서 그 랩을 소개해드릴게요.
또 만나요 ^^
■ <오삼불고기>와 <왕만두>는 e-북으로도 배포하였기에 아래 사이트에서 로그인 없이 간편하게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coolbooks.coolschool.co.kr/author/1748e4c4-8add-47d3-a4b5-66fa800e8b1e
■ 연재 일정
1. [Intro] 월간 잡지, 왜 만들어요?
2. [Intro] Let’s Get It! 초딩 랩퍼의 <오삼불고기>
3. [아무튼, 잡지] 내가 사랑한 잡지
4. [아무튼, 잡지] 종이 잡지 클럽
5. [잡지 제작 꿀팁] 3mm의 여유
6. [잡지 제작 꿀팁] 랑데뷰지가 뭐에요?
7. [Outro] 또 다른 왕만두의 탄생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