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살아가는 길이 힘든 이에게
교사로 살아가는 길이 힘든 이에게
고통은 잉태의 과정
언제부터 느끼게 된 걸까?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아기 시절을 지나 갓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여덟 살 때만해도 삶이 이다지 고통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듯하다. 삶의 무게가 힘겨워지고 서서히 고통으로 다가온 순간은 시험을 치게 되면서 였다. 점수와 등수로 매겨지는 시험의 잔인함을 우수한 성적으로 덮어버리려고 했던 노력이 고통의 무게를 상쇄시켜주었다.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매 순간순간이 행복할 수는 없다. 슬픔도 있고 아픔도 있다. 좌절도 있고 세상의 등 돌림도 있다.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건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또 다른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한 잔의 술, 음악, 반려동물, 친구들, 가족...
교사로 살아가는 삶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의 가장 큰 본분인 수업만 하기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많다. 수업을 방해하며 힘들게 하는 아이들, 권위적인 관리자,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적대적으로 대하는 학부모, 다른 교육관을 지닌 동료교사들. 그럼에도 올곧을 믿음을 지닌 교사라면, 진실로 참된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사라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아니 흔들리더라도 나아가야 한다. 교육은 당장 눈에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지난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 믿는 것, 추구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잘 헤쳐 나가야 한다. 그것에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달을 본 적이 있는가? 달은 해가 모두 진 후에야 어두컴컴한 그 때에서야 조용히 빛을 발한다. 문득 교사로 살아가는 삶은 달과 같은 삶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보았다. 강렬한 빛을 내리쬐는 태양이라는 교육주체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지원군 같은 존재. 태양처럼 강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밤하늘의 고독한 존재. 아이들로 대변되는 무수한 작은 별들이 함께 한다면 더욱 아름답게 빛날 달과 같은 존재가 교사라는 생각을 해본다.
밤하늘의 달과 별
“모든 것은 잉태기간을 거친 후에야 세상에 나온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의 저서 <젊은 시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이다. 현재가 많이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지금의 이 고난이 훗날의 존경받는 스승이 되기 위한 잉태기간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고통도 고난도 더 이상 힘들다는 생각이 아닌 겪어나가야 할 과정으로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꼭 수백 번 수천 번 흔들려 종국엔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런 교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한 떨기 꽃잎의 생생함을 아는 사람은, 감히 꽃을 꺾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흙 속에서 잉태되어 가지를 지나 꽃잎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의 숭고함을, 감히 밟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향기로움을 발하는 꽃잎의 절정.
그 꽃잎 하나하나가 지고 열매맺기까지의 수고로움과 눈물은, 한 인간의 생, 생명력과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