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 번외편- 꿈터 학생들과의 즐거운 일화
번외편- 꿈터 학생들과의 즐거운 일화
다문화특별학급 수업은 오전에 모두 끝난다.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는 꿈터 학생들과의 시간이 시작된다. 꿈터 학생들을 관리하면서 다음날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업무 처리도 해야하기 때문에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꿈터 학생들이 없었으면 어땠을까나 싶다. 꿈터는 방과후 자율학습 프로그램이다. 다문화특별학급 수업은 오전에 끝나기에 오후에 담당자 선생님께서 꿈터 학생들을 맡아줄 수 있냐고 제안하셔서 하게 되었다. 다문화특별학급 학생은 14명에 개별화수업이다보니깐 전담 교사보다도 더 아쉬움이 있었다. 1:1로 아이들과 밀착할 수 있지만 학생별로 1주일에 3~4시간 정도 잠깐 보는 것이어서 학생들과의 유대감과 소속감이 약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꿈터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이러한 결핍감이 약간 해소되는 기분이다.
꿈터에 오는 학생들은 주로 3~4학년이다. 몇 해 전 3학년을 맡았을 때 굉장히 난폭하고 폭력적인 남학생, ADHD가 의심되는 학생들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지금 학생들은 굉장히 순수하고 밝고 명랑하다. 다양한 학생들의 개성을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교실에서 학습만 할 때는 몰랐던 아이들의 각양각색의 개성을 매일같이 느끼며 누리고 있다.
김○○ 학생은 부모님이 학교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학생으로 미식가 집안이다. 나는 편식이 심한 편인데 이 학생을 통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메뉴의 음식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매일같이 내게 와서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요?”라며 저녁에 먹을 음식 자랑을 한다. 그럼 나는 마치 내가 먹는 것인 양 골라주며 화답한다. 그럼 이 학생은 “저는 ○○ 먹을래요.”라며 답해준 사람을 무색케 하지만 그마저도 귀엽다.
한○○ 학생은 새나 파충류, 곤충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내가 “커서 파브르 같은 곤충학자가 되면 되겠네.”라고 말해줬다. 그럼 어깨를 으쓱하며 “제 꿈이 바로 파브르같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한다. 이 학생 덕분에 나는 크레스티드 게고, 베일드 카멜레온, 팬서 카멜레온, 볼파이톤, 레드아이 아머드 스킨크라는 파충류를 알게 됐다. (물론 자세한 정보는 다 잊어버렸다) 유튜버 정브르에 대해서도 알게 돼서 몇몇 영상을 살펴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다. 어렸을 적 파충류 전시회에 가서 거대한 뱀을 손에 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땐 신나서 관람했는데 나는 왜 파충류를 싫어하게 됐을까? 오늘도 이 학생은 도서관에서 새에 관한 책을 빌려와 관심을 두고 읽고 있길래 한껏 칭찬해주었다. 또 어떤 날은 자신이 선물받은 너프건 울트라 3에 대해서 자랑을 하기도 했다. 나는 김○○학생과 한○○ 학생 덕분에 매미에 참매미와 말매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어렴풋이나마 차이점을 인식하게 됐다. (지금은 또 잊어버렸다.)
여학생 문○○과 서○○은 그림에 관심이 많다. 몇 번은 종이를 빌려가 그림을 그리더니 언젠가는 스마트폰을 하고 있길래 뭘 하냐고 물어봤다. 보니깐 스마트폰 앱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기를 하고 있었다. 색을 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색의 그라데이션을 이용해 명암을 줘가며 그럴싸한 작품을 완성했다. 단순히 게임만 한다면 어른의 입장에서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는데 꼬마 화가가 되어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격려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Z세대답게 스마트폰 활용에서도 앞서가는 게 신선했다. 언젠가는 퍼즐 앱으로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었다. 어릴 적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춰갔던 기쁨을 이 아이들은 앱을 통해 그림 조각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닭꼬치와 민트초코칩 아이스크림
바나나 잎 위에 삼겹살
버터와 빵
그 밖에 토성, 목성, 천왕성 등이 되어 행성 놀이를 한다며 교실 안을 빙빙 돌며 노는 아이들, 쌓기나무를 가지고 여러 음식 모양으로 블록을 쌓으며 세계여행을 하는 아이들, 카페 메뉴판을 직접 그리고 쿠폰을 만들어 나눠주는 아이들, 수정펜을 이용해 복권을 만들어 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의 놀이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나의 모습도 떠올리게 하는 아이들의 웃음 가득한 놀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 아이들의 자유롭고 충만한 즐거움이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 시간에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소질과 꿈을 계발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연재 목차
[다문화 교육] 다문화 특별학급의 한해살이
1) 다문화 특별학급의 한해살이
2) 수천만원 단위의 예산을 쓰는 법
3) 다문화특별학급 도교육청 점검일
4)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5)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낙인찍지 않기
6) 동료장학 공개수업일
7) 번외편- 꿈터 학생들과의 즐거운 일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