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의 꼰대라떼
영탁의 꼰대라떼- 반 아이들과의 소통
아이들과 래포를 쌓는 방법은 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이다. 아이들 가까이 다가가면 요즘 좋아하는 노래, 게임, 취미 등 일상이 속속들이 보인다.
우리반 아이들이 인형극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음악을 들어도 되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러라 하니 얼마 후에 ‘라떼라떼라떼’ 하며 흥얼거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중독성 있어.”
무슨 노래냐고 물어보니깐 영탁의 <꼰대라떼>라고 했다. 함께 유튜브 영상으로 들어보니 아이들 말대로 중독성 있고 재미있다. 아이들은 영탁이 다른 가수에게 곡도 만들어준다며 자신이 아는 것을 줄줄이 이야기한다. 나는 이렇게 요즘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노래와 가수를 알게 됐다.
재작년 일화도 떠오른다. 재작년에는 3학년 아이들을 맡았었다. 무슨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곡은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였다. 아이들은 다 함께 합창하며 신이 나서 흥얼거렸다. 내가 처음 그 노래를 들었을 땐 살짝 인상이 찌푸려진 것도 사실이었다. 3학년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얼마 후에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이 노래에 푹 빠졌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2013년에는 6학년 아이들과 쿠키런 게임 대결을 벌였었고, 재작년인 2018년에는 아이들이 온통 배틀 그라운드 이야기뿐이었다. 그리고 올해 우리반 남자아이는 내가 고등학생 때 했던 게임인 카트라이더에 푹 빠져있다. 내가 학창 시절 즐겼던 게임이 아직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 밖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틱톡, 마리모 키우기, 액체괴물, 신조어 등 함께 있으면 늘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된다. 나는 샌드박스 네트워크라는 기업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꿈인 제자를 통해 처음 알았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꼰대 뜻을 아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한다. ‘꼰대’와 ‘라떼는 말이야’로 이어지는 권위적인 불통의 모습은 최대한 버리고 싶다.다행히 우리반 아이들은 주변에 그런 어른이 없다고 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미래예비학교로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아이들과 소통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모습이 바로미터로 보인다. 이제 겨우 10년차가 됐지만 1년차 때 만난 아이들과 10년차 때 만난 지금 아이들도 정말 많이 다른 게 느껴진다. 교사로서 늘 새로운 문물에 열려있어야 하는 이유다.
영탁의 꼰대라떼라는 노래가 만들어지고 유행하는 데에는 분명 우리 사회에 그런 어른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또 어떤 노래가 유행할까?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