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좋아했던 선생님
학창시절 좋아했던 선생님
교대, 사범대 출신이 아니어도 교사가 될 수 있는 초빙교사제 의견 수렴 기사를 봤다. 이런 제도에 짐짓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 교사가 아니라는 둥 외부인이라는 등 비난의 댓글이 돌아오곤 하지만 교대 교육과정과 교원 임용과정의 불합리함을 인지하고 입는 입장으로서 마냥 반대할 수도 또 그렇다고 마냥 찬성할 수도 없다. 다만 이 상황에서 왜 교사는 그렇게 전문가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나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년차 겨울방학 때 나는 서울에서 2박 3일 TET연수를 들었다. 꽤 비싼 비용을 들여서 간 연수였는데 그때 연수 강사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선생님이 있습니까?”뭔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분위기가 가득 찼다면 교직은 정말 행복한 직업일 것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곳에 모인 수십여 명의 선생님 대부분이 자신은 좋아했던 선생님이 거의 없었다고 한 것이다. 그 자신이 교사이면서도...
나또한 마찬가지다. 내 초등학교 6년간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못하다.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내내 무서운 선생님으로 인해 긴장된 생활을 했었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라 선생님들한테 칭찬을 많이 받긴 했지만 선생님들의 권위와 무거운 공기의 중압감에 못이겨 안그래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는 더더욱 조용한 아이가 되어갔다. 사춘기를 지나던 6학년 때 선생님은 그동안의 선생님과는 정반대의 매우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의 선생님이셨다. 그러나 학년말로 갈수록 점차 아이들한테 짜증과 화를 많이 내셨고 졸업 후 찾아갔을 때는 그해가 너무 힘들어서 다음해해 바로 특수반을 자청했다고 하신 선생님이었다. 나또한 6학년때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중1때는 담임 선생님이 4번이나 바뀌고 반은 막장으로 치달아 폭력과 반항, 왕따사태로 하루도 편히 지나가는 날이 없었고 결국 어떤 날은 모든 학생이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꿇고 회초리로 두 대씩 맞았는데 그때 임시 담임 선생님이었던 과학선생님의 울분과 분노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나마 중2, 중3때는 재밌고 잘 가르치시는 선생님을 좋아했는데 정작 중3때 담임 선생님은 우리반 학생들 때문에 울거나 속상해서 수업 중간에 어딘가로 사라져서 반 친구들이 찾으러 갔던 기억도 있다. 고1때 담임선생님은 수학선생님이셨는데, 수학시간이 우열반으로 나뉘어서 언제나 선생님이 가르치는 반과 다른 반으로 갔던 나는 정작 담임선생님에게 수업을 들은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동네북처럼 뉴스에 기사만 떴다하면 교사들을 깎아내리는 기자들과 누리꾼들에 의해 힘이 빠지다가도 왜이렇게 됐을까란 고민이 쌓이기도 한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망하면서도 동시에 질시하며 공격하는 무리들이 기억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막상 내가 교사가 되어보니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느낀다. 그렇다고 인기에 영합하는 교사가 되자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도 싫어하는데도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유가 없기도 한 것처럼 각자의 취향과 선호도를 교사 스스로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인터넷에서 신나게 욕을 먹는 세상에 교사도 2~30여명 되는 반 학생들이 모두 좋아할 수도 마음이 잘 맞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디서 보람을 찾고 어떻게 전문성을 찾아갈까? 연예인도 아니고 인기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어떻게 교사로서의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나갈까? 나는 위대한 영웅 같은 교사를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특별한 소수에게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 학창시절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들한테 고마웠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것은 학생 개개인의 사정을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선생님을 만났을 때이다. 친구관계가 어려운 친구들을 배려해 재미난 마니또 활동을 열어주고 반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서 반 단합 여행을 열어주시고 어려운 책을 읽고 있을 때 다가와서 관심을 표명하며 세심하게 이것저것을 물어봐 주신 선생님! 학생들의 생일을 기억해 매달 롤링페이퍼와 초콜릿으로 챙겨주시고 수능 전날에는 반 학생 모두에게 편지와 선물을 돌리신 선생님. 감사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기억들이다. 이런 세심한 배려와 함께 가르치는 능력, 학급 운영기술까지 완벽하게 터득하면 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나도 우리반 학생들과 작은 것들부터 실천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