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꼬마 발명가
우리반 꼬마 발명가
우리반 여자아이와 학교 뒤뜰에 흙을 담으러 다녀온 후 교실은 난리가 나 있었다.
“실수로 분무기를 떨어뜨렸어요.”
우리반 남자아이가 물이 담긴 분무기를 떨어뜨려 깨졌고 교실이 물바다가 된 것이었다.
“제가 분무기 사 올게요.”
남자아이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나는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다 함께 교실 바닥을 깨끗이 치우면서도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감히 생각도 못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반은 분무기를 새로 사도 되지 않게 됐다. 우리반 여자아이가 페트병을 이용해 분무기를 만든 것이다.
페트병으로 만든 분무기
뚜껑에 분무기 호스를 연결 페트병을 반으로 잘라서 글루건으로 이어 붙임
나에게 글루건을 빌려간 여자아이는 페트병 뚜껑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분무기에 호스를 연결했다. 그리고나서 500ml 페트병을 가위로 반을 잘라 밑단과 페트병 몸통을 글루건으로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분무기가 연결된 페트병 뚜껑을 새로 만든 페트병 몸통에 닫아서 연결하면 완성!
우리가 교실에서 쓰던 물건이 망가지자마자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해낸 우리반 여자아이에게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5월에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도 있었지만 이런 게 바로 진짜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알짜배기 아이디어! 참신한 새로운 발명은 아니지만,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만한 그런 아이디어가 아닌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한다. 사람은 풍족할 때보다 곤궁할 때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무기를 떨어뜨려 깨뜨림으로써 만들어진 우연한 결핍의 상황이 반 아이에게 새로운 발명의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물론 기본 지식과 능력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내가 정말 멋지다고 칭찬하자 여자아이는 겸손해하며 다른 사람도 쉽게 만들 거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반 남자아이는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라고 답하였다.
문득 2년 전에 날 힘들게 하던 3학년 남자아이가 떠오른다. 교과부진으로 학습에 흥미가 없던 아이는 쉬는 시간마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장난감용 칼을 만들곤 했다. 이 아이도 지루한 학교생활에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을 만들었던 건 아닐는지. 그때 야단만 치고 더 칭찬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된다.
오늘 일을 계기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우리반 아이의 사고방식을 닮아서 나 또한 좀 더 유연해져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