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노는 게 더 좋은 아이들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좋은 아이들
"인간이 진심으로 뭔가를 하고자 할 때, 과거에 즐거웠던 추억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어, 그 다음이 뭐였더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 /모래밭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이 장기화되면서 학력 저하 논쟁으로 말들이 많다. 오늘 아침에는 교장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 불만족 비율이 높다며 교장회의 내용을 쪽지를 보내오셨다. 우리 학교는 작은 학교라 코로나 이전처럼 평소대로 등교하고 있지만 온라인 수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구나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이든 오프라인 수업이든 교사들이 학생들 학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연구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우리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놀아요”다. 예비 미래 학교의 추진 업무 중 하나로 운동장에 트램펄린과 트리 하우스도 새로 생겼다. 틈만나면 일명 ‘방방’으로 불리는 트램펄린에 가자고 졸라댄다. 지금은 아이들과 약속을 정해 월,수,금 점심시간으로 한정했지만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정말 자주 갔었다. 그래도 여전히 질리지 않고 재밌게 타는 걸 보니 애들은 애들인가보구나 싶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자조섞인 한숨만 내쉴 것인가? 몇십 년째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 가정, 사회, 학교가 함께 힘을 모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성적 비관으로, 가정불화로, 학교폭력으로 신음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학교에서 보낼 수 있도록 발을 벗고 나서야 한다.
닭을 닭장에 가둬 기르면 스트레스받은 닭들이 서로의 꼬리털을 쪼며 뽑아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닭을 키우는 사람은 닭의 부리를 반쯤 잘라버리거나 신경 안정제를 먹이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 한국의 교육도 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모난 교실에 아이들을 가득 가둬놓고 스트레스받은 아이들이 분출하는 폭력과 분노, 화 등을 임시방편으로 처방하며 사회에 만연한 분노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 아이들이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니면 뭐 할까?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결국 남을 해롭게 하는 사람들이 될 뿐이다. 혹시 코로나19가 세계에 퍼진 건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한 신의 노여움이 아닐까라는 비약적인 생각을 해본다.
나는 지금 온라인 수업을 하지 않아서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재밌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오프라인 수업에 맞춰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고 현재 계획 단계에 있다. 이번에 우리 학급의 프로젝트 주제는 <학교>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학교를 비교하고 우리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을 인터뷰해서 더 나은 학교를 만드는 방안을 함께 찾아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평가도 프로젝트 수업에 맞춰서 진행될 예정이다.
단순히 PISA측정 결과를 가지고, 암기식 시험의 수치화된 점수를 가지고 비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때 PISA에서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인 우리나라를 여러 외국에서 배우자고 했었지만 이내 실상을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한국은 세계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라며 비판했다고 한다. 세계 1위의 사교육비를 쏟아부어 학생들을 착취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 다른 사람을 시기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갈 수 있는 삶에 대한 열정, 세상 만물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그깟 시험 점수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떨어져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교육 현실이, 시스템이, 환경이 열악해도 창의적인 사고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외부의 시선에 연연하지 말고 교사만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뭘까를 고민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