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장애가 무의미 하도록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이 되면 특수교사로서 뭔가 의미있는 교육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밀려든다.
특수학급에 근무할 때에는 이 부담감이 더 했다. 나의 말 한마디로 통합학급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획기적인 심경의 변화가 생기길 바랬고, 우리나라 통합교육에 내가 한 몫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은것 처럼 그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관심을 갖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경쓰고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오늘은 '장애 등급제 폐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전 부터 장애 등급제를 도입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 정도에 따라 장애인을 1급부터 6급으로 분류했다. 숫자가 적을 수록(1에 가까울수록) 중증의 장애등급이다.
이렇게 등급을 나눈 이유는 장애 정도에 따라 복지 혜택에 차등을 두겠다는 의미였다.
장애의 정도가 중증인 경우 더 많은 혜택을 주고, 경한 장애를 가진 경우는 혜택을 적게 주는 방식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연한 논리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장애가 심한 경우에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한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인권'을 놓고 생각해보자. 사람에게 등급을 메긴다?
수능 등급제는 성적이라는 결과를 통해 등급을 메기는데 이 조차도 문제가 많지 않은가.
하물며 사람의 행동이나 지적능력을 등급으로 한정지어버리고 사람 자체의 존엄은 무시하고, 숫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인격적인가.
장애가 심한 경우 더 많은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논리도 맞지 않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매일 만나는 특수교사가 볼 때 장애의 경중은 큰 의미가 없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이라고 해서 지원이 필요없는게 아니다.
더 나은 발화 연습과 대근육 소근육 움직임을 위해 치료실에서 수업을 받고, 특별교통수단도 필요하다.
장애가 중증이건 경증이건 지원이 필요하고,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장애인 본인도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드디어 2019년 7월, 이러한 '장애 등급제'가 폐지되었다.
기존에 있는 1등급부터 6등급의 장애 등급을 없애고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중증)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경증) 두 단계로만 구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장애 등급을 대신해 장애인 욕구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 욕구조사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한다.
이젠 학교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걔 자꾸 소리지르고 착석도 안되고 그러던데, 1급 아니야?"
특수교육대상학생을 가리켜 말씀하시던 한 통합학급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장애 등급제는 폐지되었다.
그리고 교사들의 대화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 개인의 특성과 요구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봐야한다.
"걔 자꾸 소리지르고 착석이 어렵던데, 수학시간이 지겨운가봐. 아니면 내가 설명을 너무 오래 했나?"
'장애'라는 말에 방점을 찍기 보다
'인' 이라는 말, '사람'에 중심을 두길 바란다.
그리고 이것을 수시로 떠올릴 수 있다면,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의미있는 장애이해교육이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_SXw6BTy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