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맹 탈출 11] 코로나 19 속에서 절기살이를 꿈꾸며
철이 들다?
유종반(2020).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생명살이를 위한 24절기 인문학, 작은것이 아름답다.
매일 코로나-19 실시간 현황판을 마주하면서 이 책을 읽다 보니 현재의 삶이 절기 살이에 철저히 반하고 있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봄에 드는 ‘입춘’에 이 책을 받아 몇 개의 절기를 거치며 읽었지만, 자연 변화의 연속성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며 올 봄을 살고 있다. 주변의 상황이 통계 숫자(코로나 19로 인한 확진자, 사망자, 검진자, 치료중인 자 등)로 판단되고, 자연의 미묘한 변화는 안중에도 둘 수 없는 긴급뉴스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니 훌쩍 피어버린 벚꽃이, 떨어지는 목련이 아쉬울 따름이다. ‘삶은 계절의 리듬에 맞추는 것’(39쪽)인데 겨울과 봄 ‘사이’의 생명 리듬은 경험하지 못한 채로 지난 1월 중순부터의 생활은 여전히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된다.
책의 편집 구성 책을 받자마자 눈에 띈 것은 책의 앞부분에 자리 잡은 절기 자연 사진이다. 덕분에 자연을 담은 시각적 이미지로 책 내용(절기 살이)을 먼저 훑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책장을 넘길수록 절기 살이의 의미와 각각의 절기를 우리 삶(자연 포함)과의 관계 속에서 알고, 우리 삶 속에서 만들어갈 수 있는 의미를 새기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장을 촤르륵 넘겨보면 오른쪽 페이지의 상단 귀퉁이에서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 편집자의 센스가 엿보인다. 또, 책의 왼쪽 페이지의 왼쪽 가장자리 중앙에 자리 잡은 쪽 숫자의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책의 편집형식에도 이 책의 컨셉에 맞게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생명살이를 위한 24절기 인문학’을 다룬 <때를 알다 해를 살다>를 펴내니, 그동안 작아(생태환경문화잡지)를 읽고 생태적 감수성을 깨워가던 차에 더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 책장을 넘길수록 계속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 삶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를 점검하게 되었다. 단순히 각 절기의 뜻을 이해시키는 책이 아닌, 자연을 맞이하는 자세를 점검하고 자연과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기를 위해 우리가 지향할 점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연속성을 지닌) 절기 살이에 대한 힌트를 주는 책이었다. 책장을 덮고도 각 절기가 시작되고 끝나고 그 다음을 맞이할 때마다 다시 책을 펼치며 내 마음과 행동을 다시금 살펴보게 될 것 같다. “꽃을 만나면 꽃을 좋아하는 나보다는 꽃이 좋아하는 내가 되어야지요.”(170쪽) 부분에선 삶의 리듬을 탈 때,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던 삶에서 나와 연결된 모든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더불어 살아가는 리듬’을 명심해야겠다 생각했다.
책의 활용 세시풍속과 절기의 의미를 전달하고 그때마다 할 수 있는 (교육)활동을 단순히 제시하는 책들은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은 (초등)교사로서 우리 어린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맥락적인 갈피를 잡아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철이 들다’라는 것은 나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서 계속적으로 점검해 주어야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학생들과 함께 절기마다 공감각적·인문학적으로 자연(의 변화)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된 시들을 베껴 써 보고, 함께 읽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각자가 이해한 만큼 자신의 언어로도 시를 바꿔 써 보고 변해가는 자연을 사진 찍기 활동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겠다. 절기마다 절기의 개념 및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이해를 돕고 시를 통한 감각적인 학습을 하게 한 후, <함께 생각해 보자>에 제시된 질문을 활용하여 내 일상과 연결하여 절기 살이를 체화시키는 활동(글쓰기 포함)도 다양하게 구안해 볼 수 있겠다.
절기의 흐름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전한다. “누구에게나 봄은 오지만 누구에게나 봄은 아니라고.”이럴 때일수록 자연 생명들의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할 준비자세를 갖춰야겠다.
PS: 작가님과 작아, 좋은 책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손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