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맹 탈출_04] 짧지만 긴 여운, Alike!
교실 속 삶은 나와 아주 다르거나 너무도 비슷하여 내가 저 맘 때 아마도 저렇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게 하는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종종 만들어 줍니다. 같은 내용의 활동을 하지만 가끔 자기만의 스타일을 자기만의 세계에서 끌어내 표현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 제 창의력에도 살이 붙는 느낌을 받아 지루한 일상에 탄력을 받기도 하고 그 아이를 그때부터 더 눈여겨 보게도 됩니다.
(그림 출처: Short film, Alike)
2년 전, 지금은 6학년이 되어 있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일입니다. 일기 검사(일기 검사의 찬반의 문제는 여기에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보다 더 급하게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이 있거든요.)를 하다가 한 친구의 일기를 해독하느라 십여 분을 끙끙댄 적이 있었습니다. 어절 하나 하나는 말이 되는데 하나의 문장으로 읽었을 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머리핀을 좋아하는 내가 갔다가 시장에 엄마랑 나는 어제
꽃이 만들어진 플라스틱으로 빨간 리본에 분홍색 샀습니다.
기분이 하니 생각을 갈 하고 학교에 내일 들었습니다 마음에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스타일(내용무관)이었던거죠. 일단, 내용은 글 아랫부분에 그려진 그림으로 파약을 한 후 이리저리 궁리하여 읽어 보려 애를 써 보았습니다. 사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한 장의 일기가 또박또박 글씨와 정성스러운 그림의 조합으로 하나의 작품 같았다는 점입니다.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많이 진지했던 거죠. 그 당시, 자신의 상상력을 글이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재주가 뛰어난 친구라 장점을 인정해 주며 공부에 취미를 붙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던 차였기 때문에, 그 일기를 오롯이 이해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사실 제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몇 년 전의 기억을 다시금 붙들게 해 준 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났습니다.
지금부터는 8분 짜리 애니메이션, Alike (<-글자클릭!)를 보신 후, 글을 좀 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사전을 찾아보니 alike는 부사로 마찬가지로, 한결같이, 동등하게(equally)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쓰인 예로 young and old alike[=both young and old]는 노소를 막론하고 다같이라고 하네요.
(그림 출처: Short film, Alike)
이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고나서 왜 이런 제목이 붙여졌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용 중에 낱말이 몇 번 클로즈업되는 강조도 눈에 띄는데요. 저는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라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출발하려고 했던 의도로 읽게 되네요. 또한, 나의 삶과 남의 삶 속에서 다양성을 누리고 배우기에는 너무도 비슷한 일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도 깔려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이 필름에서 색(의 변화)에 눈길이 갔습니다. 무채색의 도시에 무채색의 어른과 아이들이 오전이면 자신의 학교와 일터로 걸어 들어갑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해도해도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는 일을 처리하며 자신의 색을 잃어가던 아빠가 퇴근 후, 아들을 만나 서로 얼싸 안으며 자신의 색을 되찾는 웃픈 현실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께 인정을 받기 위해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누구나 다 똑같아져야 한다는 공식 속에 자기를 구겨 넣는 현실은 누구를 위한 일인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게는 (자신의)색이란 낱말이 (자신의)행복이란 의미와도 오버랩이 되네요.
(그림 출처: Short film, Alike)
또한, 아빠와 아들의 출근길, 등교길에 만난 바이올린 연주자가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그는 그의 무대인 초록빛 잔디밭, 단풍나무 아래에서 다른 사람들의 비슷한 일상과는 상관 없이 자신의 음악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그도 결국엔 더이상 우리의 삶 속에서 동경의 대상이 아닌, 그만의 세계 속에서 고독으로 병들어 사라져 가는 사람이 되고 있는 현실을 (극단적으로) 말해주는 듯한 이 짧은 애니메이션은 반복하여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게 하네요.
우리 세상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유의 색깔들로 풍부해지기를 바라는 희망이 생각만이 아닌 실현이 되기를 바래보면서, 여러분들의 생각과 느낌도 듣고 싶습니다.
- 손선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