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正義]- 용기
입김이 서리는 교실에 들어가 한 달간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눈을 쳐다보았다. 다행이었다. 여전히 맑고 순진한 눈동자, 나를 바라봐주는 아이들. 아직 6학년 병은 오지 않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빛은, 남은 기간 이 이아들에게 얼마나 더 나은, 바른, 좋은 교육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허비되는 듯한 2월의 교실 풍경을 어떻게 하면 알차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오랜만에 뉴스를 보았다. 나는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인터뷰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동시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을 한 여성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한 검사의 과거는 어떠했을지, 그녀가 당한 부조리한 일들이 '환각'처럼 느껴지게 된 환경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생각했다. 어처구니없는 현장에서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였는가.
방학숙제로 제출한 과제 중에는 의사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진로를 적어 둔 한 학생의 장래일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유명한 사립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하고, 명의가 되어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해외 봉사도 나가는 꿈같은 삶. 그런데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의대와 의사들의 세계는 또 어떠한가. 검사와 의사, 우리네 부모님들이 최고로 선망하는 직업의 세계에는 우리가 알면서도 설마했던, 평범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경험하거나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펼쳐져 있다. 구타를 당해도 아무말도 할 수 없다. 내 허리를 만져도 수치심을 숨겨야만 한다. 이 세계에 어린 12세의 학생이 도전하려 한다.
부와 지위에 따른 차별과 세습이 사라지고, 직업과 계층에 따른 특권 의식이 없으며 누구나 자기만의 교양을 지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인권을 존중받고 자기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사회에 살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들이 필요할까. 똑똑한 자와 부지런한 자, 착한 자와 성실한 자, 용기내어 말하는 자와 용기내어 말하도록 도와주는 이들. 우리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위기 앞에서, 괴물같은 어른들의 손길 앞에서, 나의 부당한 지시와 교육에 부당하다고, 내가 지금 위험하니 나를 도와달라고 소리칠 수 있는 용기와 이성을 지니고 있을까?
용기내어 말하는 것을 가르쳐야겠다. 생각해보면 사회는 용기에 의해 바뀌었다. 유관순이 그랬고, 위안부 할머니가 그랬고, 말랄라가 그랬다. 누군가의 방임과 침묵, 안일이 그들과 우리의 인생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또 누군가의 용기와 지지가 그들의 인생을 빛나게 해주지 않았을까. 승진을 위해, 조직을 위해 침묵하고 참는 대신, 나와 내 아이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용기로 어려움에 맞설 수 있기를, 나와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