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수업]x[교육의정의] 소년법 폐지에 대해 토론하다 -1
청와대 국민청원에 최초로 20만 명을 돌파한 '소년법 폐지'는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폭행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언론은 이 자극적이고 참담한, 그러나 국민이 꼭 알아야만 하는 학교폭력의 현주소를 보도하며' 소년법' 재개정에 대한 여론에 불을 지폈고, 강자의 괴롭힘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 정의 사회의 구현에 목말라 있는 수많은 시민들은 소년법 폐지 및 개정에 적극적인 자세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매우 어려운 주제이지만 이 '소년법'에 분류하는 3가지 소년의 유형 중 '촉법소년'의 연령이 지금의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꼭 알아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궁금했다. 아이들도 시민과 같은 생각일까? 아니면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또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촉법소년 : 만10세~14세 미만의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자이자 동시에 형사미성년자. 보호처분이 가능하고 형사처불은 불가능하다. 보호처분은 10호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강력한 보호처분 3가지는 소년원(1개월, 단기, 장기) 송치다.
5학년 2학기 국어 3단원 '토론을 해요' 단원을 배우고 있던 차다. 성취기준은 '절차와 규칙에 따라 토론을 해보는 것'이다. 소년법 폐지는 매우 자극적이고 분노를 일으키기에(?) 적합한 주제로 생각되어, 학생들이 차분한 태도로 절차에 맞게 토론할 수 있는지 평가해보기에 적합한 소재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학부모 공개수업으로 이 주제를 선택, 토론 수업을 진행했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해 법을 개정할 권리가 학생들에겐 없으므로, 권리가 있는 어른들에게 학생들의 생각을 적극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공개수업을 찾아오신 학부모님'을 수업 초반에 즉흥적으로 '판정단'에 포함시켰다. 물론 학부모님들은 당황하였다.
토론이 시작되었다. 사전조사에서도 대충 짐작은 했다. 25명 중 5명을 뺀 모든 학생이 '소년법 폐지'에 찬성하였다. 즉 '어린 학생도 잘못을 저지르면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에 찬성했다. 반면 5명의 학생들은 반대하였다. 그 중 몇몇 학생은 반대를 통해 자신의 지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은 이유도 있었고, 선생님의 공개수업을 돕기 위해 봉사한 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진짜로 '반대'하는 학생 2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토론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기존의 절차를 벗어난 규칙 한 가지를 제시하였다. "반대가 적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배움을 위한 자리이므로, 반대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선생님 또한 반대의 편에 서서 반박과 토론 조언을 하려 합니다. 물론 사회자의 역할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고, 불리할 때에만 한 두번 도와주는 것을 조건으로. 괜찮을까요?"
아이들이 난색을 표했지만, 내 제안을 거절하진 않았다. 누가봐도 자기들의 생각이 옳다는 믿음, 그리고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수업을 원만히 진행하려는 선생님의 의도를 직감적으로 느꼈으리라. 그래서 나는 토론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사회자와 반대측 역할을 동시에 진행하는 '파격적'인 토론을 진행하였다. 판정단으로는 학생 4명과 뒤에 오신 학부모님 10명을 선정했다. 토론의 절차를 지키는 것이 이번 수업의 목적인데... 수업 초반부터 교사인 내가 절차를 너무 파격적으로 어긴 것은 아닐까?
그러나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토론의 목적은 대화고, 폭력으로 얼룩진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나눠봄으로써 어쩌면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이 냉정하게 생각해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토론의 본래 목적인 대화와 설득을 보다 확실하게 유도할 수 있다면, 형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과연 아이들은 어떤 태도와 답변으로 이번 수업에 임할까? 공개수업 시작 5분 즈음,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뒤에 계신 학부모님께 판정단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부탁한 후 수업을 진행했다. 40분의 시간. 중간에 참관하러 오신 교감선생님의 눈빛, 수업에 참여한 학부모님과 끝까지 반대한 학생의 이야기까지... 사실 그닥 특별할 것 없는 듯 다소 신선한 이 수업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주 2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