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보 시즌
1. 전보 시즌 / 이 학교냐, 저 학교냐
전보 시즌이다. 모두가 그렇듯, 고민하고 알아보고 재면서 순위를 매긴다. 누군가는 '갈 곳이 없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갈 곳이 진짜 없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갈 곳이 너무 없다'고 말한다. 그 누군가에 내가 포함이 될 줄 몰랐고, 이렇게 많은 조건을 따지며 학교를 고르게 될 줄도 몰랐다.
어디든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교사가 학교 급지나 학생의 수준을 따지며 학교를 고르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고, 전국의 어느 학교에서도 일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나와 어울리지 않는 고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없이 고민한다. 가족이 없을땐 생각할 것이 없었다. 몇 년 후, 아이를 데리고 다닐 병설유치원이 있는 곳인지, 몇 년 있을 수 있는지, 교통은 어떤지 생각했다. 예전에는 그냥 버스타고 출근만 할 수 있는 것이면 됐다. 누굴 맡든 그냥 가르치면서 배우기만 하면 됐다. 이젠 그럴 수 없는 처지가 된게 슬프다.
그만큼 가진게 많아졌다. 그런데 마냥 기쁘지가 않다. 나는 이만큼 이뤘는데, 나와 같이 떠들고 웃던 내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대출은 얼마나 받았는지, 부모님은 모두 건강하신지, 자식은 있는지, 차는 있는지,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고 그들의 가정도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 이런 시기가 찾아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지도 모를 내 가족의 모습을 상상했다.
기뻐하는 마음이 커지지 않는 것, 무엇으로 기쁨을 얻어야 할까? 나의 교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었는데 올해는 수업을 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로그인하는 방법을 끝없이 알려주고, 비번을 5번이나 까먹은 학생 1~20여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비번을 재설정해주었다. 기계가 안 되는 아이에겐 크롬북을 사서 대여도 해주었다. 대여 다음날 전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개별로 연락해서 잘 되는지 물었다. 안 되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잘 된다고 했다. 다음 날, 어제와 달리 학생들은 '안 된다'고 했다. 학생들의 출석 상황은 별반 다를게 없고 지각도 나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아이들은 늦게 들어온다. 튕긴다. 끊긴다. 결석한다.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언론에서 항의하는 것과 달리, 큰 관심이 없고 고마움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고마움을 기대하며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정말 노력했기에, 그만큼 더더욱 기쁘지 않다. 노력한 것이 정말 아이들을 도와주었던 것일까? 처음으로, 원격수업 여건이 잘 되는, 아이들의 삶이 좀 나은 학교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열악한 환경의 학교에서 나의 도움으로 성장해가고, 교육격차가 해소되는데 보탬이 되는 것을 소망했지만, 소박하면서 당찼던 나의 포부도 올해에는 조금씩 사그라든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무엇이 안 되었을까?
이러이렇게 침잠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