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친일청산 프로젝트] 꼭꼭 숨어라, 친일이 보일라
3.1운동 100주년, 2019 대한민국
3.1운동과 함께 우리나라 건국의 효시인 임시정부가 세워진지 올해로 10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할 세월, 우리는 10번도 넘게 강산이 바뀌면서 주권을 찾고,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친일의 DNA는 이따금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만 합니다. 내가 가르치는 노래와 문화가 우리선조를 핍박하고 잔인하게 살해했던 전범국가와 이들의 부역자에게서 비롯된 창작물이랍니다. 지금껏 아무런 의심없이 익히고, 듣고, 가르쳤던 우리를 보며 전범국의 정치인들은 얼마나 우리를 비웃었을까요? 왜곡을 멈추고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의 목소리가 그들에겐 얼마나 가소로운 외침으로 들렸을까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분노, 우린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고 바꿔야 합니다. 100년의 세월이라면 응당 그렇게만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되었던 친일의 역사 중 우리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과,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을 추려서 친일의 흔적을 알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흔적의 끝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부정해야 할 것인가? 어린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우상을 어떤 식으로 해체해야만 하는가? 친일의 역사를 가르치는데 어린이의 상심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사뭇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불렀던 노래가 친일 부역자의 작품이라면, 매일같이 했던 운동이 친일 문화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우리는 심각하게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4가지의 일본 흔적을 알리고, 이들을 교실에서 어떻게 가르치며, 다뤄야 할지 여러가지 질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저는 답을 알지 못합니다. 같이 고민하고 싶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와 타인의 이해관계까지 포함된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고,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는 학생들과 시민 앞에 용기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야만 하고, 더 나은 가치와 방향을 찾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에 꼭꼭 숨어 있는 친일의 흔적
사실 우리 사회에 있는 친일의 흔적은 너무나도 많습니다만, 상징성이 커서 당장 의논하지 않으면 안 될 주제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처음 이 글을 쓸 때에는 2가지만 떠올렸는데 - 두 가지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범주를 크게 4가지로 늘렸습니다. 언어, 음악, 미술, 체육, 4가지 분야에서 우리가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흔적을 찾고,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자 합니다.
때로는 아는 내용일수도 있고, 조금은 시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저는 이 네 가지 문제에 대해 알아도 아는게 아니고, 시시한 것 하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글을 연재하는 것이 걱정스럽습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글을 썼지만 지금 이 순간, 이 글 만큼은 인기있는 글로 회자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오늘은 네 가지 주제만을 던지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다음 연재부턴 주제를 하나씩 다뤄 볼 생각입니다. 네 가지 주제와 관련해 아래의 질문을 제기합니다. 주제어는 잘 숨겨 놓고, 설명만 남깁니다. 네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방송사에 기획프로그램으로 다룬 여러 내용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습니다. 제가 이를 다시 되짚는 글을 쓰는 것은 교육계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각 주제를 다루는 말미에는 저의 호소나, 제안, 그리고 (진짜 몰라서 하는) 질문이 포함될 것입니다.
1) 도덕 교과서와 음악교과서의 맨 앞장에 실리는 악보, 학생들이 교가와 함께 가장 먼저 듣고 익히는 어려운 노래, 국가대표 A매치 경기가 있을 때 응원단과 선수들이 국기를 보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는 선율이 친일 인사가 만든 친일 장려 목적의 선율이었다면, 당신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2) 당신의 반 학생들 대다수가 한번 쯤 다녀봤을 체육활동이 실은 일본의 전래 놀이나 스포츠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런데 우리 교과서엔 이런 체육 분야를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우리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 믿기십니까?
3) 일본식 한자는 법률용어로, 영어번역투로 우리의 학문에 깊숙히 침투해 있습니다. 조금 지겹지 않나요? 더 나은 해석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여전히 우리는 '능동태', '수동태'에 매몰되어'지고'있는 것은 아닐까요? 더 쉬운 말로 법률을 이해할 수 있는데도 굳이 어려운 용어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4) 아이들이 가장 많이 읽는 위인전에는 위인의 모습을 그린 영정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위인 중 왜구, 일제와 맞서 싸운 영웅, 독립운동가들의 영정을 친일 화가가 그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