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비평] 질문을 검토해보다. -과학수업
체험학습 후에 더 많아진 질문들
지난 시간에 부산과학체험관 체험학습을 다녀온 후 체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실험관찰을 정리해 나갔다. 학생들은 체험했던 것을 잘 떠올리면서 과학 교과서에 소개된 소리의 원리들을 쉽게 이해하고, 정리해 나갔다. 그러나 그 체험만으로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모두 채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이게 당연한 모습이고, 모든 초등학교 교실에서 나타나야 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질문이 사라진 교실로 사회가 걱정하고 있는 이 마당에,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당한 흐뭇함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꼈다.
질문에는 어떻게든 답하려고 노력했다
수업연구 및 수업비평으로 국내 수업 생태계의 건전한 수업 성찰 운동의 변화를 일으키려는 청주교대 이혁규 교수가 최근 [수업 비평가의 시선]이란 책을 썼다. 이 책에는 오늘 내가 수업했던 장면과 유사한 장면의 수업 비평문이 있는데, 대기 대순환에 관한 중학교 과학시간의 하르부타 수업 비평문이다. 질문을 활용하는 수업과 더불어 학생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교사의 모습들이 비평문 속에 잘 드러나 있다. 비평문을 읽고 난 후에 학생들의 수많은 질문에 대처했던 나의 모습을 다시 성찰하게 되었다. 아래는 학생과 대화를 나누었던 기록들을 짧게 요약한 것이며, 이 모습에 대해 스스로 비평해보려 한다.
T: (전 시간에 떨림이 소리를 내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배운 후) 스피커를 자세히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 소리가 나오는 곳이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콘센트에 연결하면 전기가 흐르죠? 이 전기 때문에 스피커로 오면 (떨림이 생기면서) 우리 귀에 들리는 것입니다.
그러자 학생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마치 전쟁을 알리는 총성처럼... 아래는 학생들의 질문 중 오래도록 답변하거나, 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이다.
① 콘센트를 꼽지 않은 스피커는 전기가 안 흐를 텐데 어떻게 소리가 나는가
② 번개도 전기인가요
③ 번개 소리처럼 전기에도 소리가 나는가요
⑤ 물체가 없으면(떨림도 없으니까) 소리가 나지 않나요?
⑥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나요?
항상 질문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질문에 대해 답을 해준다. 답하지 않고 넘어갔을 경우에 학생들이 더 이상 질문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다. 어릴 적 낱말의 뜻을 몰라 부모님께 여쭤보면, 늘 하시던 말씀은 - 국어사전을 찾아봐라 -였다. 끝없이 물어보는 어린 자녀의 질문을 하루 종일 감당할 어른은 없다. 그러다 보면 자녀는 부모님께 묻는 질문의 횟수가 줄어들고, 궁금해하는 버릇을 스스로 제거하기 시작한다.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찾아보게 한다면 좋겠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그럴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답을 해주려 한다. 어떠한 질문을 듣더라도 답변하려고 노력하며, 최대한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전달하고자 한다.
질문을 검토함으로써 수업을 성찰하기
그런데 이혁규 교수가 쓴 하브루타 수업 비평문에는, 수업에서 나타난 질문을 4가지로 분류하면서 수업에 대해 비평하고 있었다. 교사가 답을 아는가, 모르는가와 학생의 질문이 수업 주제와 관련이 있는가, 없는가의 4가지 기준으로 사분면을 구획하여 분류한 것은 상당히 흥미로웠으며, 질문의 성질을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내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어떤 종류의 질문을 많이 하는가?
3학년 학생들이 하는 질문은 대개 교사가 알고 있는 범위 내의 질문들이다. 보통 4,5,6학년이나 중학교 과정 수준의 기초 개념을 묻는 질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3학년 학생이라 그런지 수업의 초점을 벗어난 질문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다른 수업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유능하고 탁월한 교사라면 주제와 관련 없는 질문도 질문으로써 마땅히 응대해야 할 것이며, 학생의 성장을 통해 수업 주제와 관련된 질문이 나올 수 있도록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되돌아보기 - 어떤 발문과 수업이 어떠한 질문을 이끌어냈을까?
수업하다 보면 가끔은 교사가 전혀 감지하지 못한 질문이 나올 때가 있다. 왜 그게 궁금했냐고 물어보면 이유가 매우 단순하다. 앞 친구가 물었던 질문 중에 등장한 낱말 하나에 신경이 쏠렸다던가, 자신이 경험했던 것이 수업 속 개념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될 때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기에 바쁘며 학생의 모든 경험을 인지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질문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엉뚱한 질문이라는 것은 없다. 교사가 어떤 발언을 했고, 이 발언에 학생들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되돌아보면 학생이 궁금해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흐름을 좇아보면 수업의 주제와 연결이 되었는지, 아니면 초점을 벗어났는지를 금방 파악하게 된다.
이제서야 깨닫는다. 질문에 답만 하려는 한국 교사들의 강박, 그 강박에 사로잡힌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질문이 없는 교실을 걱정하여 질문을 강조하고,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1단계라면 - 이제는 2단계, 질문을 질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음 수업을 이끌어내는 동기유발이나 수업 주제를 찾게 되어 궁극적으로 수업의 발전을 모색하는 3단계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