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 온작품읽기 - 거인 부벨라와 지렁이 친구2 (과학, 미술 연계)
방법1 핵심 내용을 상기시키며 함께 읽기
우리반은 늘 책을 함께 읽는다. 학생 한 명이 2줄에서 10줄, 또는 한~두 장을 책임지고 읽으며 무작위로 교사가 지명하여 그 다음 부분을 읽는다. 먼저 나가지 말고, 함께 천천히 읽으며 배우고 느끼자는 취지다.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속도를 내야 하는 부분은 교사인 내가 실감나게 읽는다.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듯이 ...
그 어느 시간보다 집중도가 높으며 학습 참여율은 100%에 달한다. 이런 읽기 수업 방식을 두고 학생 개개인의 속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그 비판의 이면에 있는 함께 읽기의 장점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변명으로 남긴다.
늘 그렇듯 책을 읽는 중간에 이 책이 도입된 단원의 성취기준과 핵심내용을 학생들에게 상기시킨다. 이번 단원의 핵심내용은 '적절한 표정, 몸짓, 말투'다. 해변가에서 낯선 아이들을 만나 어색하던 부벨라가, 지렁이의 격려(비슷한 친구끼린 언제든 놀 수 있어!)를 듣고 난 후 아이들과 함께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쌓고 노는 장면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지렁이는 때마침 모래성으로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기겁한다.
방법2 타 교과 활동으로 넘어가기 전 예비 활동 하기 (국어 교과서 활용)
교과서에는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골라 그림으로 표현하는 물음이 있다. 이 물음에 특정 장면인 '모래성' 장면을 지정해주었다. 왜 학생의 경험을 통제하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저 다음 활동을 위한 초석으로써 물음을 활용할 뿐이다. 생략한 것보다 연계하여 활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빈 칸에는 각자 저마다 만들고 싶은 모래성의 디자인을 그려보고, 장면에 어울리는 대사를 간단히 넣어보게 했다.
방법3 타교과 활동으로 작품의 장면을 떠올리며 반응 심화하기
다음날 아침, 1-2교시에 미술과 과학 시간으로 배정하고 모래놀이가 가능한 놀이터로 나갔다. 거기에서 '국어 시간'에 미리 그려보았던 모래성을 만들어보게 하였다. 만든 모래성은 미술 시간으로 활용하고, 다음 시간에는 과학 3단원 '지표의 변화'에 나오는 실험을 한다. 모래성과 주변에 쌓아 둔 산 위에 물을 흘려보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이 때 물을 두려워하는 지렁이의 심정과, 자신을 유일하게 친구로 맞아 준 지렁이를 잃어버린 부벨라의 심정을 떠올리게 한다.
모래성과 산에서 흘려 보낸 물을 통해 침식과 퇴적 작용을 익히고, 위에서 깎인 모래가 아래에 쌓이게 되면서, 또는 물에 휩쓸리면서 지렁이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타 교과와 연계하는 것의 효과
온작품읽기를 할 때 많은 교사들이 '국어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추구하며, 지도서 또한 국어 시간 내에서 수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책 읽기를 오감체험과 연결하고 보다 확장된 교육과정으로 발전시키려면 타교과와 연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체험해보지 못한 부분을 읽다보면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상상하기 어려워 막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장면을 학생들이 직접 시연해보거나, 눈으로 확인한다면 장면에 대해 보다 풍부한 반응이 생성되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높아질 것이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과 현상들을 국어 시간에만 다루는 것은 학생의 풍부한 반응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시각 및 촉각적으로 대상을 다뤄볼 수 있는 타교과와의 연계가 꼭 필요하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융통성있게 운영할 수 있고, 학생은 자신의 배움 과정을 보다 통합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국어 추가활동 - 편지쓰기
위 활동 이외에도, 부벨라가 부모님께 쓰는 편지 속에 '지렁이'를 소개하겠다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림과 함께 인물의 성격, 소품 등을 설명하고, 인물 간의 짧은 대화를 통해 작품의 교훈을 드러내는 페이지가 있다. 이 부분에서 지렁이는 매번 부모님과편지를 주고 받는 부벨라에게 자기 이야기를 했냐고 묻는다. 부벨라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꼭 지렁이 이야기를 부모님께 할거라고 말한다(p49).
마치며
활동이 모두 끝난 후 책의 분량을 보니 절반 정도가 남아 있었다. 앞에서 했던 '적절한 표정, 몸짓, 말투로 대사 따라하기' 활동을 섞어가면서 2시간 연속으로 읽었다. 오래도록 책을 읽고, 음미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기에 충분했으며, 책 또한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심각한 갈등'의 전개가 없어서, 아주 재미있는 책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쪽이라는 분량, 3학년 수준에 맞는 어휘와 타 교과와의 연계성, 다름을 주제로 한 친구 관계 등의 소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업의 소재다. 만약, 나보고 이 책으로 수업을 다시하라고 한다면? 아직은 알쏭달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