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쉬운 수업을 쉽게 넘겨선 안 된다.
쉬운 수업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얕은 배움을 확인해서 다시 단단하게
이번 수업에서는 자석의 극 개념을 도입하는 실험을예상-실험(관찰)-설명의 POE모형으로 수업하면서, '예상'단계를 대폭 늘려 학생들 사고를 더욱 확장시켜 보기로 했다. 스무 명의 학생들에게 위 번호 중 어느 부분에 클립이 가장 많이 붙을지 예상해보게 했다. 학원을 다니거나 예습을 미리 한 학생이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1,5번을 고른다. 실험도 매우 간단해서, 집게로 자석을 클립 위에 한번 저어주고 눈으로 확인만 하면 되는 실험이다.
이렇게 쉬운 수업은 매우 '악조건'에 해당한다. 그래서 시치미를 뚝 떼는 교사의 예술 행위가 참으로 중요하다. '정말 그럴까? 과연?' 등의 놀라운 표현을 연거푸 내뱉다보면 학생들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1번에는 6명, 5번에는 7명이 손을 들었고, 나머지 학생들이 2,3,4에 조금씩 나뉘어 '클립이 많이 붙을 것'이라고 손을 들었다. 정답을 빗겨나간 이 학생들의 생각은 수업을 알차게 꾸릴 수 있는 소중한 재료로 활용된다. 이들은 미리 배우지 못했거나, 오개념을 지닌 학생들이고, 이런 오개념의 가능성이 다른 아이에게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의외의 예상이 없는 과학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확신하건대 의외의 예상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배움은 얕으며, 이를 다시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왜 1, 5번에만 많이 붙었을까?
1) 파란색/빨간색 스티커의 영향으로 가운데 부분은 힘이 약해서 - 자석의 양 쪽 끝은 스티커로 덮혀있지 않았다. 학생들은 그 점을 의심했다.
2) 집게 때문에 가운데 힘이 약해져서- 집게를 굳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으로 집었을 때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럼 집게를 쓰지 않고도 실험 결과가 똑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2번 질문을 한 학생의 예상은 전혀 틀린 이야기지만, 이런 틀린 예상을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은 그릇된 예상의 이유를 확인함으로써 정답에 가까워진다. 이 점을 매우 칭찬하였기에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발표하게 되었다.
3) 글자(n,s) 때문에 양쪽 힘이 세져서 - 자석의 생김새에 집중한 탓으로 스티커의 영향을 생각한 학생과 비슷한 생각이다. 글자를 쓰면 힘이 더 세지는 것일까? 글자가 없는 자석이 있다면 곧바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글자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양쪽 힘이 센 것은 '눈으로 확인'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것을 역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자를 써서 힘이 세지는 것과, 힘이 세기 때문에 글자를 써 두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일까?
실패한 예상은 정답으로 다가가는 길
실패한 예상을 다시 되짚어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쉬운 실험을 그냥 넘겨버린다면 이런 기회를 학생은 놓치게 된다. 내용이 쉽다고 해서, 정답을 얻어내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왜 실패했는지 확인하고 또 다른 생각을 해보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배움을 일으키는 소중한 경험이자 또 다른 배움의 힘이다. 그래서 자석의 극을 한 번에 알아맞춘 학생보다 자석의 극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성실히 보여주는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적어도 현재의 정답이 미래에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겐, 정답을 배우는 과학이 아니라 정답에 다가가는 과학을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