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 온작품읽기 1) 책 선정하기
온작품읽기 세 번째 도전
2017년, 5학년 아이들과 온작품읽기를 두 번 진행했었다. 첫번째는 교과서에 수록된 '책과 노니는 집'을 '수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검토 없이 수업교재로 선정했다. 이야기의 내용이 시간의 흐름대로 되어 있지 않아 앞뒤 내용을 추론하기에 적당했고,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소재로 하였기 때문에 교과서에 있는 책인데다 앞뒤 내용을 추론하는 것이 성취기준이었기 때문에 우연 치고는 꽤 괜찮은 읽기가 되었다.
두번째 도전은 그 해 2학기, 도덕 교과서에 있는 '인권'문제를 다룰 때였다. 도덕책의 딱딱한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 나가고 싶었다. 마침 국어 7단원으로 '인물이 추구하는 삶'을 배우고 있었고, 국어와 도덕을 묶어서 공부할 책을 고민하던 끝에 '스토의 인권 교실'이란 책을 선정해 아이들과 나 모두 재미있게 읽고 수업했다.
세번째 도전에 앞서 이전의 과정을 돌이켜봤다. 크게 고민하지 않았더 첫번째 책은 나름 성공적이었으나 나의 설명이 많이 필요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읽기라기보다 '강독' 위주의 수업이라고 해야 할까? 나름 고민해서 선정했던 두번째 책은 아이들도 나도 모두 만족했지만 '미국사'를 많이 설명해야 했던 부담이 있었다. 이 역시 작품의 교훈이나 읽기 과정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역사'의 재미에 초점이 맞춰진 형식적인 인권 수업이었다고 해야 할까. 두 번의 온작품읽기 수업을 스스로 비평한 끝에 내린 나의 다음 과제는 '책을 선정하는 내 나름의 기준'의 확립이었다.
책, 어떻게 선정할까?
온작품을 읽으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기에, 책을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휘의 수준, 교훈,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은 물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재미의 요소까지, 모두를 고려하려면 일단 교사가 직접 책을 읽어야 한다.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책을 교사가 어떻게 다 읽을 수 있을까?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몇 가지만 골라서 살펴보려면 나름의 '기준', 다시말해 코딩에서말하는 일종의 '명령어'가 필요하다.
[만약 ~~~이라면 - 책의 목차와 표지를 본다 or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 내가 읽어본다 -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지 따져본다 - 고른다]
1) 교과서 수록 작품이라면 / 나름 검증된 책이고, 교육과정과 연계하기 좋을 것이다.
2) 책의 주인공이 n학년이라면 / n학년 수준의 책이라 낱말의 설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학생들에게 친숙한 주제라면 / 재미있고, 몰입이 될 것이다.
명령어에 따라 고른 책은...
1번을 맨 위로 둔 것은 그만큼 책 선정에서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나의 의도다. 국어 교과서의 맨 뒤에는 각 지문의 출처인 도서 목록이 한 번에 나와 있었는데, 국어-나 교과서 9단원에 실린 [프린들 주세요]가 유독 내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 검색 결과 미국에서 아주 유명했던 책이었다는 소릴 듣고, 알0딘 중고서점에 검색해 구입한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맙소사, 책의 첫 시작에 나오는 주인공 닉의 학년은 3학년이었다(만세!). 닉은 개구쟁이로 묘사되어 있었고, 보통의 학생이 상상하기 힘든 재미난 행동들로 선생님과 학교를 난처하게 만드는 주인공이었다. 더 볼 것도 없이, 모든 조건을 만족했다. [프린들 주세요], 너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