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가치] 6. 학교에 가고 싶은 아이들
서둘러 연재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글들을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였는데, 이미 너무 많은 언론과 매체에서 학교의 가치에 대해 더 깊은 고민거리를 던져 주었기에 제 글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1. 학습플랫폼으로 돌아본 학교의 가치
플랫폼 선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고, 열정적이거나 개성있는 동료의 능력마저 발현시키지 못하는 학교의 모습을 되돌아 봤습니다. 반면에는 학교와 교사가 없으면 안 될 학생들의 현실, 학습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사 개인의 성향과 노력이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 가려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년별 자율 플랫폼 선정을 추진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학년에서도 플랫폼이 달랐으며, 어떤 선생님도 잘 쓰지 않는 플랫폼 속에서 교사의 의지와 노력으로 학생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학생에게 있어 진정한 교육플랫폼은 역시 교사이고, 이런 교사의 능력을 이끌어주고, 펼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메타 플랫폼이 바로 학교임을 확인했습니다.
2. 원격수업으로 돌아본 수업의 가능성과 교사의 역할
원격수업 과정에서 제시된 3개의 수업 형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컨텐츠만 제시하고 끝이라거나, 과제만 잔뜩 내준다는 민원, 실시간 쌍방향을 강요하는 학교 현장의 분위기 속에서는 어른들이 '수업'과 '학생'의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학생의 발달 수준과 유행에 맞는 컨텐츠의 시간과 내용 구성을 살펴봤고, 화상수업의 허와 실을 생각하면서 결국 '등교수업', 면대면 교육보다 어떤 것도 우월한 지위에 설 수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전면적인 등교수업이 어렵다면, 블렌디드 형태의 수업을 통해 학생과의 교류, 면대면 교육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3. 좋은 컨텐츠에 대한 고민
학생에게 가장 훌륭한 플랫폼인 교사들은 또다른 플랫폼을 만들거나, 자신 이외의 플랫폼 속에 내용을 담는데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그 일이 너무 버거워보였습니다. 저 또한 컨텐츠를 제작하는데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았다는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본래 컨텐츠를 직접 만들기로 했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상기해봤습니다.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타인이 나오는 컨텐츠보단 나의 목소리와 설명이 있는 컨텐츠가 낫다는 것, 그리고 컨텐츠를 통해 답을 모두 알려주는 것이 아닌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을 주기 위해 여백있는 컨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것이 애초의 목적이었습니다.
결국 원격수업의 중심을 컨텐츠나 도구에 두지 않고, 직접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수업을 실천하는 교사에게로 둘 때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을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교실만한 공간 속의 교육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4. 공문에 휘둘리지 않는 원격수업
공문과 관리자를 통해 퍼지는 화상수업 도구 사용의 강요는 정말 분노했습니다. '원격수업 시기'의 진짜 배움, 학생의 학습격차를 줄이고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배움의 가치를 전달하는 모든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학생의 배우는 경향을 알지 못하고,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어른들의 오해와 맹신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활용하는 사람, 교사에게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원격수업 상황에서 도피하거나 순응하려는 모든 행태에 대해 냉철하게 반성하고, 교사가 지닌 자율성과 교육에 대한 가치를 보다 확장시키고 싶었습니다.
5. 전문적학습공동체 , 그리고 학생을 생각하며
결국 앞에서 말한 학교의 가치 - 학생이 가장 믿고 안전하게 배울 수 있으며 인간 관계를 익히고 성장할 수 있는 배움터로서의 학교 - 는 교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교사의 연대와 이해, 학부모와의 소통, 학생에 대한 이해와 관찰, 소통이 없다면 원격수업은 겉만 화려할 뿐입니다. 우리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된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 동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시기를 극복해 나가는 가장 흔하면서도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말이 길었지만, 결국 코로나19는 학교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 과제만을 우리에게 남겨둔 것입니다.
화상수업에 두려워하거나 얽매이기 보다 언제 화상수업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에 오고 싶고, 친구와 서로 만나고 놀며 살아가길 바라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려야 합니다. 등교개학, 그렇게 설레며 새벽같이 학교로 찾아오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그려나가야 할까요?
고민하고, 나누고, 설득하고 나아가려면 교사의 전문성을 나누고 협의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의 내실화가 꼭 필요합니다. 그중심에는 면대면, 학생과 학생의 만남, 교사와 학생의 만남, 교육공동체의 만남을 이뤄내는 형태가 필요합니다. 컨텐츠를 함께 찾아보고, 만들어보는 경험, 서로의 학습플랫폼에 가입해 관찰하고, 나누며 제약이 넘치는 현재에 어떤 만남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학생의 배움을 위해 고민하고 협력하는 유일한 공동체 - 바로 학교가 아닐까요? 그것만으로도 학교의 가치는, 비록 입시로 찌들고 주입식이라 여전히 비판받는 지금에도 - 우리사회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니 말입니다.
2학기의 학생 배움에 대해 동료와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방학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족하고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