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작가가 되다(3) -" 괜히 시작했나..."
교사 작가가 되다(3) - "괜히 시작했나..."
"책을 읽으려는 사람보다 책을 쓰려는 사람이 더 많다."
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평생을 책만 읽어도 이 세상의 책을 2%도 채 못 읽는다는 데 차라리 그냥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는 편이 나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사람들 손에 쥐어지지 않는 외로운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더 커져갔다. "책을 써서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사람이 책을 쓰는 것이다."라는 말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읽히지 않는 책의 결과는 비참하다. 중고 서점에 가면 명암이 분명하게 들어난다. 물론 좋은 책을 서로 나눠보는 것은 좋은 문화이다. 나 역시 책 구입비가 부담스러울 때면 중고서점을 종종 이용하기도 한다. 한 권 살 돈으로 두세권을 두둑이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뿌듯함도 잠시 앞장에 적힌 누군가의 편지, 작가의 사인을 볼 때면 내가 선물한 책도 아니고, 내 책도 아닌 데 가슴이 매어진다. 더 가슴 아픈 책은 휴게소의 매대위에 놓인 책이다. 책이 잘 팔리지 않아 창고 보관료가 더 부담스러워지면 책을 처분하게 되고 그 책들은 이렇게 서점이 아닌 행사장에 저렴하게 내어진다.
나는 선생님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작가 되고 싶었다. 꼭 동료교사가 아니더라도 학부모도 학생도 일반인의 손길이 닿기를 바랐다. 술집에서 만나 사는 이야기 주고받는 듯 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당신보다 내가 더 많이 안다고 내세울 만한 지식도, 내가 이렇게 멋지게 산다고 보여줄 만한 삶의 철학도 없다. 묘한 긴장감을 줄만한 이야기를 지어낼 창의적인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머리 쓰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 읽고 나서 생각의 여운이 남는 묵직한 이야기, 내 이야기 같으면서도 당신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내 책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책 제목이 눈에 띄거나 표지가 개성 있어야 한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 손에 쥐어지지 않으면 묻혀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무명으로 오랜 시간 버티듯이 말이다. 내 지인 팔이 홍보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테다. 유명한 작가들과 경쟁해 큰 출판사와 손을 잡기도 쉽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로망만큼이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단순한 글이 아닌 매력을 발산 시킬 전략이 필요했다.
콘셉트를 찾아보았다. 내 이야기를 빛나게 해줄 콘셉트가 필요했다. 다른 책과 다른 내 책의 특징을 찾아야 했다. 특히 전문서적, 실용서적이 아닌 에세이 서적은 작가의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작가의 삶이 흥미로 와야 하고, 작가의 삶이 흥미롭지 못하면 독자의 삶과 공감받아야 한다. 그렇지도 못한다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이야기에 어떤 콘셉트가 들어가면 좋을지 '나'라는 존재를 꺼내어 들여다보았다.
선생님, 남교사, 아들, 아빠, 흔하디흔한 타이틀에 어떤 소스를 뿌려야 맛있을까.
글 밥을 쌓아가면서 고통스러운 고민이 함께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