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있다. - 미안해 엄마
나도 엄마가 있다 - 미안해 엄마
엄마. 나 무서워.
오늘은 사춘기도 아닌데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어.
사후세계가 궁금한 게 아니고 내가 없어지고 나면 남은 세계를 그려봤어.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
오전에 결재받을 게 있어서 교장선생님께 갔어.
평소에 그러시는 분이 아닌데 티브이를 보고 계셨어.
내 계획서를 받고도 눈은 티브이로 가있었지.
나도 궁금해 티브이를 보았어.
커다란 배 한 척이 옆으로 누워있었어.
반은 흰색 반은 파란색.
그리고 주변에 배들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고 헬기 소리도 들려왔어.
그 순간 속보 자막이 전원 구출이라고 크게 적혀 나왔어.
“다행이네요”라고 말하며 나는 정적을 깼어.
교장선생님은 안도의 의미인지 한탄의 의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더니 내 계획서를 봐주셨어.
맞아 그날은 4월 16일이었어.
집으로 돌아와서 본 뉴스는 오전에 교장실에서 본 뉴스와는 너무 달랐어.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났어.
오전에 다 구출했다고 했는 데 말이지.
이후 구출작업? 아니 수색작업의 뉴스들은 마음을 더 아리게 했고,
"혼자 살기엔 벅차다. 책임을 지게 해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신 그 학교의 교감선생님의 소식을 듣고는 눈을 감아버릴 수밖에 없었어.
그 교감선생님은 그 배에 탄 선생님들 중에서 유일한 생존자였어.
열 명의 아이를 구하고 탈출하셨지만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학교 뒤편에서 스스로 아이들 곁으로 떠났데.
그렇게 세월호에서 유일하게 생존하지 못한 집단이 선생님이래.
모두들 아이들을 구출하러 되돌아갔어.
선장도 일부 승무원도 다 도망간 그 물길 속으로 말이야.
엄마.
엄마도 소식 들었지?
엄마는 무슨 생각했어?
만약에 내가 저런 현장에 있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어찌 될지 모를 상황에 아이들을 살리러 뛰어 들어가게 될까?
나도 처자식이 있기에 내 몸을 사리게 될까?
남들이 진실규명과 미수습자 발견을 외칠 때 사실 나는 다른 생각을 했었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려오지만 내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몇 번을 생각해봤어.
미안해 엄마.
엄마 아빠의 슬픈 모습이 눈에 선하고
엄마 며느리와 엄마 손주들이 목 터져라 가지 말라 외치겠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을 거 같아.
근데 앞으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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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엄마가 생각이 난다.
오늘만큼은 우리 반 아이들처럼
엄마한테 실컷 고자질하고 싶다.
어두운 밤 침대에 누워 졸려 무거운 눈꺼풀을 참고
하얀 창에 검정 글씨로 아무에게도 말 못 한 오늘을
두 엄지로 두드려 내려가 본다.
선생님이 되어도 난 엄마 아들이고
결혼하고 아빠가 되어도 난 엄마 아들이다.
나도 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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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년이 지났네요.
잊혀진다는 것이
무뎌진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
한편으로는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깨닫게 되는 하루입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못난 어른의 한 조각으로
오늘 고개숙여 아련한 영혼들을 위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