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선생님이 최고다14] 선생님의 병상일지2 (병원에서 학교를 찾다)
병원에서 학교를 찾다.
병원에 왔습니다. 대학 병원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며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시스템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병원의 장단점을 비교하기 보다는 뭔가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교실에서 실현가능할만 한 것으로 말입니다.
1. 학생 지도 세미나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다 옆 테이블에서 의사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는 데(귀쫑긋)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발적으로 자기가 담당하는 환자를 상태와 진료과정을 소개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자는 것이 었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본 아주 중대한 환자의 경우 교수님들끼리 모여서 차트를 보며
협의를 하는 모습과는 조금 다르겠지요?
우리는 학생들의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는 직업입니다. 문제학생이 아니더라도 (개인정보를 보호하에)
특정 학생의 상태나 행동을 공유하고 교사로써 지도할 수 있는 활동과 경험을 서로 나눈다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쌓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험을 할 수 없는 만큼
이런 직접, 간접경험들이 생활지도의 질을 높이리라 믿습니다.
2. 응급실 및 당직
잠도 안 오고 출출할 때면 편의점을 종종 들립니다. 편의점은 응급실 앞에 있는 데 항상 요란한 소리와 함께
24시간 급한 환자들이 들어옵니다. 의사, 구조대, 간호사들은 힘을 모아 생명을 지켜냅니다. 간호사실에서 밤을 세며 환자 곁을
지키는 분들도 있지요. ‘블루코드’(심정지환자발생알람)가 울릴때면 여기 저기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교사들이 학교에서 24시간 돌아가며 근무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요즘 사생활침해다, 학부모갑질이다, 강제노동이다라며 퇴근 이후의 민원이나 연락에 예민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학생이 방과후에 심리적으로 극도의위기에 빠졌을때 117이 떠오를까요 선생님 얼굴이 떠오를까요. 적어도 학생에게만은 여지를 남겨주면 좋겠습니다.
3. 소개입간판
외래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많아 그 날도 역시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벽면을 바라보니
학급안내판처럼 교수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교수님사진과 이름, 전공과목과 진료분야, 진료시간표가 간단하게 적혀 있었음에도제 마음속에는 뭔가 전문성과 신뢰도가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미래를꿈꾸는 00초어린이’라는 아기자기한 학급안내판도 좋지만 다른 상상을 해봅니다. 학급안내판에 제 사진이 크게 붙어있고, 그아래 제 이름과 전공과목과 담당하고 있는 업무, 학급시간표가 심플하고 모던하게 들어가있습니다. 뭔가 학급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전문가의 포스가 묻어날 듯 합니다.
4. 진료시간표
일반 동내병원 의사와 달리 교수님의 진료를 받으려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진료시간표를 파악해야하고, 학회나 수술일정을 빼서 예약을 해야 합니다. 물론 예약을 해도 기다리기 일수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만난 교수님께 우리는 짜증을 내나요? 오히려 어려운 시간 내어주심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학급 상담을 특정주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두시간정도 열어두면 어떨까요? 출장이나 회의가 있으면 상담을 미루면 되죠. 우리가 3월, 9월에만 아프지 않 듯이 학부모와 학생 마음앓이도 그 주간에만 생기지 않습니다. 매주 상담시간을 정해놓고 학생과 학부모의 속마음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5. 갑질방지법적시스템
방송이 나옵니다. "의료의 효율을 위해서 병실이동을 금합니다.”, ”의료진폭행폭언은….” 술에 기대어 아직도 실수를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법적으로 의료진 보호에 대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만족센터에선 환자의 민원을 전담처리하여 업무의효율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학교도 교권을 위한 법적 노력이 적극적으로 있었으면 합니다. 황당한민원, 학교폭력처리, 개인적인불편신고나 때로는 인격적으로 감당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보호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의사가 건강하게 살 국민의 권리를 책임지 듯 이런 보호안에서 교사도 행복하게배울 국민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교는 모든 교사의 현장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학교경영자나 교육정책의 부속품이나 소모품이 아닙니다.
모두가 교육과 교수는 아니지만 교실에서만은 우리가 곧 오너고 최고경영자이며 전문가입니다.
학생들이 보다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보다 즐겁게 가르칠 수 있도록
고민과 변화에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병원에 앉아 행복한 학교를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