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작가가 되다(4) - 원고만 10개
교사 작가가 되다(4) - "원고만 10개"
책을 쓰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그냥 쓴 글을 모으면 되는 줄만 알았는 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진즉에 책이 나왔겠다. 사실 수 해 전부터 꿈을 꿔왔고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과 외면당하는 글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책을 읽으며 쓰고 싶은 글이 생겼고 쓰고 싶은 글이 생기니 관련된 책들을 더 읽고 싶어졌다.
국어 시간에 아이들에게 글쓰기 전에 개요 짜기를 알려주듯이 책을 쓰려고 할 때도 계획서가 나와야 한다. 물론 글쓰기 책마다 다르다. 무작정 쓰고 모아서 콘텐츠를 만들라고 알려주는 작가도 있다. 사람의 차이니라. 나는 계획서가 나오는 편이 쉽다. 그렇게 나온 계획서들이 10개는 넘었다. 소설, 에세이, 교육, 실용등 다양한 분야였다. 에세이만 해도 교사로써, 아빠로써, 아들로써의 주제들이 즐비했다.
어느 하나 버릴 수가 없었다. 결국 계획서는 계획일 뿐이고 손이 가는 데로 썼다. 뭐든지 70%가 넘으면 투고를 해보겠다 생각을 하고 글감이 생각나는 데로 채워갔다. 고민이 많고 에피소드가 다양한 주제는 점점 살이 쪘고, 그렇지 못한 계획은 여전히 계획에 머무르거나 아주 천천히 쌓여갔다. 주로 블로그에 올렸는 데 쌓여가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성격이 차분하지 못해서 하나에 집중을 못한다. 오히려 그런 점이 내게 강점으로 작용했을 지 모른다. 이 주제의 글이 안 써지면 다른 주제의 글을 쓰며 글쓰기를 포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돌아가며 느낌 받는 데로 글을 쓰다가 드디어 투고를 할 수 있을 만한 분량의 원고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교육 에세이, 교육 실용서, 동화, 개인 에세이 4개의 출판계획서를 작성했다.
투고는 스팸이다. 스팸 매일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뿌려대는 것이 맞다. 권위있거나 명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작가로써 나는 맨바닥이기 때문에 출판사의 연락처를 모아 관련있는 원고를 투고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20개씩 어쩔때는 50개씩 보냈다. 동시에 연락 오면 어떻게 해... 라는 고민을 잠시 했지만 아무 의미 없었다. 그렇게 연락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고는 의미가 있었다. 10개중에 5개는 확인해보겠다는 답장이 왔었고, 그중에 1개 정도는 선정하지 못한 이유와 함께 답장이 왔다. 이 과정이 내게는 너무 소중했다. 왜 출판을 못하는 지 설명해주는 메일의 힘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출판사의 입장과 나의 입장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갈 길을 수정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결과?
영상제작 책은 대형 출판사에서 연락 왔으나 결국 마무리에서 취소가 되었다.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추후에 그 출판사에서 비슷한 주제로 나온 책을 보며 납득했다. 그럴 수도 있지모.. 그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건 나도 인정.
동화책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분야였다. 교육현장의 요구를 교사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선정은 안되었지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가야 하는 지 내 이야기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려준 소중한 출판사를 만나게 되었다.
개인 에세이는 큰 칭찬은 받았다. 아마 에듀콜라도 잠시 연재를 했던 글들이다. 약간의 피드백과 함께 꼭 다시 연락달라는 답장을 받았다. 고등학교에 사연을 풀어야 하는 데 아직 마음이 허락해주지 않아서 멈춰버렸다.
그리고 이정도 했으면 그만해야지 라고 포기의 마음이 들 때, 마지막 투고다 싶어 메일을 잔뜩 보냈고, 신기하게 그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서성환 작가님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