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작가가 되다(1) "책을 써 버렸다"
교사 작가가 되다(1) - 책을 써 버렸다.
책을 썼다. 교사에서 작가가 된 순간이었다. 책꽂이에 줄 서 있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 내 이름이 보인다. 가끔씩 인터넷 서점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보거나 일반 서점에서 내 책을 찾아보곤 한다. 자랑 삼아 SNS사진을 책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그렇게 난 작가라는 부캐를 얻었다.
반응이 좋냐고? 아니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돈 많이 벌었어?" 대답은 '노'이다. 물론 기대는 했다. "책을 읽으려는 사람보다 쓰려는 사람이 더 많다"라는 출판사의 이야기에서도 당장 내 주변을 둘러봐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비율이 낮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들이 내 입을 대신해 핑계를 대준다.
내 삶도 요동치지 않았다. 당연히 꿈꿔왔던 교사가 아닌 작가로서의 강의섭외는 없었다. 통장이 배부를 일도 없었다. 주변인들의 "책 썼어?"라는 짧은 관심이 전부다. 종종 올라오는 짧은 리뷰 글을 보면서 감사하며, 한 편으로는 중고책방에서 내 책을 발견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지낼 뿐이다.
시간을 돌려본다. 과연 이런 결과를 알고서도 나는 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 돌려본 시간 속에서도 기대만큼의 부와 명예가 쌓이지 않는 일, 노력만큼 삶이 달라지지 않은 일이라 해도 나는 다시 도전한다. 나는 작가로서의 나이스한 활동 이전에 '책'이라는 무거운 가치를 꿈꿨다.
나는 책을 빌리지 않는다. 도서관은 내게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닌 책과 만나는 공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함을 알고 있고, 지극히 사견이다.) 책을 사서 보는 것은 작가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의 표시이자 출판사의 노력에 대한 대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두 권씩 쌓여가는 책들이 책장에서 숙성되는 향을 맡으며 고이 모셔둔다.
책은 만남이다.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 너무나도 유명해 내가 감히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데이트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좋은 말귀를 여러번 들을 수도 있다.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특별하게 꾸미거나 선물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귀인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 책이다.
삶의 한계를 느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을 때, 더 넓은 곳에 가보고 싶었을 때, 더 깊은 사람을 알고 싶었을 때 항상 문 밖을 나서지 못했다. 어떤 이유도 용기 앞에서 핑계겠지만 가끔은 용기가 만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배움, 여행, 만남에 대한 의욕은 점점 불만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모두 극복하게 해준 것이 책이었다.
난 증명하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세상 속에 여기 나라는 사람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배움을 좋아하는 이가 강연장에서 만나 듯, 여행을 좋아하는 이가 낯선 곳에서 만나 듯, 사람을 좋아하는 이가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만나 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결국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책이 잘 팔려서 인세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인터뷰도 하고 싶고 저자와의 만남도 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도 러브콜도 받아 보고 싶다. 내 이름 석 자에 따라 붙는 해시테그가 때로는 교사가 아닌 작가이고도 싶다. 솔직히 그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내 이야기를 하나씩 글로 그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