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일지 - 주변의 반응
파견 관련 공문이 학교에 도착했다. 몇몇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감을 한 사람도 있었고 소문을 들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공문이 온 이상 이제는 대부분 사람이 파견 신청한 누구가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관리자(교장, 교감) 님들은 생각보다 쿨했다. 사실 2024학년도 로드맵을 한창 그려야 할 시기에 느닷없는 파견 소식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덤덤하셨다. 마음이야 안 그랬겠지만 내가 선택한 길은 뭐든 존중한다고 하셨다. 감사한 일이다.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결같이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모습은 감사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나머지 선생님들은 대부분 격하게 축하해 주셨다. 동료 교사들은 이미 파견이 무엇이고 현재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다 알고 있으니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내년에도 학교에 남는 선생님들은 조금 아쉬워하는 듯했다. 아쉽긴 나도 마찬가지다. 사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연을 맺는다는 게 여전히 두렵다. 잘 해낼 거라고 다 이야기하고 나 역시 그렇게 믿지만 그래도 두렵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사실 파견교사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애써 그 역할과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잘된 일이다.‘라는 짧은 대답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특히 부모님께서는 그냥 잘된 일이라고 하니 좋아하셨다.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파견이 잘된 일임은 맞으나 더 잘된 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아내도 축하해 줬다. 사실 파견 신청을 결정하는 그 짧은 순간에 가장 먼저 상의한 건 아내였다. 동직 업을 가지고 있는 아내 역시 부연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교사로서의 서로의 삶을 존중하기에 학교 일에 대해서는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는 눈치다. 다만 내가 앞으로 방학이 없다는 것에 아쉬워하고, 둘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할 수 있음에 좋아했다.
이제는 내 차례다. 내 반응은 어떤가.
사실 요즘 꿈이 계속 아름답지 못하다. 나도 모르게 좀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 같다. 학습연구 년 때도 그랬듯 머릿속에는 계속 저울질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도 잘 안다. 이런 불안함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기대해 보며.
유배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내게 무엇이 남겨졌는가!를 깨닫게 될 때면 지금이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