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되었습니다만...] 저는 농사꾼입니다.
주말농장을 한지도 3년째이다.
농사라고 하기에는 농민들에게 죄송하지만
나름 조금씩 배우며 성장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자식농사와 학생농사와 텃밭농사를 함께하며 많은 것을 느낀다.
교육과 농사는 참으로 닮은 점이 많다.
묵묵히 자라나는 작물들을 보면서 아이들 생각에 빠져본다.
하나하나 성장 속도가 다르다.
- 같은 공간에 동시에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 먼저 싹이 트는 놈이 있는가 하면 늦게 싹이 터 걱정시키는 놈도 있다. 먼저 싹튼 친구가 자리를 비워주면 그 자리에서 더 열심히 자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두다 마지막에는 다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기다림만을 줬을 뿐인데 대견하다. 잘 못 자랄 것 같다고 싹부터 뽑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 아이들도 그렇다.
성장 결과는 관심이 비례한다.
- 성장 속도는 모두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바로 성장의 결과는 관심에 비례한다. 하루라도 더 들여다보고 한번이라도 더 잡초를 뽑아준 놈들은 더 잘 자란다. 별거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들러 병해를 겪지는 않는 가 살펴보고 곁순이라도 한번 더 따주면 더 잘 자란다. 행여나 진드기라도 보일 셈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도 그렇다.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고 눈을 마추쳐야 아프기전에 알아줄 수 있다.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 그냥 두면 알아서 크는 것이 아니다. 씨를 심는 시기도 있고 추가비료를 줘야할 때도 있다. 적당한 시기에 솎아주기도 해야하고 곁순도 따줘야한다. 공식에 맞게 따줘야 할 잎과 꽃들도 있다. 수확도 마찬가지다. 오래둔다고 다 잘익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장마도 불볕더위로 미리미리 준비해줘야한다. 아이들이라고 뭐 다를까싶다. 아이들이 자람에 있어서 꼭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그 순간을 놓치면 안된다.
파종 후 수확이 오래걸린다.
- 내가 뿌린 씨앗을 거두기까지 때론 지겨울 때가 있다. 금방금방 꽃 피고 열매 맺어 수확하면 좋겠건만, 열매가 영글기까지는 꽤나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쩌면 더 신나는 일이 된다. 얼마나 큰 뿌리로 자라고 있을까? 얼마나 달콤한 열매로 익어가고 있을까? 다음에 만날때는 얼마나 더 풍성하게 자라고 있을까? 기대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아이들 교육도 바로바로 티가 나면 얼마나 속시원할까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원하지 않던 변수가 찾아온다.
- 매년 배움이 있었고 그에 대비해도 모자르다. 그렇게 많은 변수가 찾아온다. 때아닌 가뭄과 더위가 오는가하면 소나기가 몰아치기도 한다. 새와 고라니가 식사를 즐기기도 하고, 벌레들이 득실거리기도 한다. 이제는 잠잠한가 싶으면 이름모를 병에 걸려서 마음을 아리게도 한다. 아이들에게도 수많은 변수가 찾아온다. 예상하지 못했던 예상을 했던 모든 시련을 막아줄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이겨내게 힘이 되어줄 뿐이다.
매년 반성하고 새출발한다.
- 그렇게 울고 웃다보면 한 해가 지나간다. 언제 밭을 갈았나 싶게도 겨울은 다가온다. 그 간에 양분을 나눠준 고마운 땅에도 휴식이 찾아온다. 그 동안 작물들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줬고 이제는 텅빈 텃밭을 보면서 한해를 돌아보게 해준다. 올해 내가 잘 못했던 것은 무엇이고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자기자신에게 묻고 답한다. 그렇게 새로운 다짐으로 봄을 기다린다. 아이들의 졸업은 선생님에게는 한 해 반성과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더 큰 세상으로 떠난 아이들과의 추억을 돌아보며 다시 만날 아이들을 꿈꾸는
교육은 농사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