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작가가 되다(5) - 인쇄소와 출판사는 다르다!
교사 작가가 되다(5) - 인쇄소와 출판사는 다르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머리 속에는 환호소리로 가득 찼다. 일단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교무실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내일 당장 계약서를 보내준다는 말이 보이스피싱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통화를 했는 지도 모르게 전화를 끊었고 내일 보내준다는 계약서는 벌써 카톡으로 전달되어 왔다. 보시고 언제든 연락달라고 했으니 지금 바로 "네"라고 연락하고 싶었다.
"첫 출판사가 중요합니다. 작가님"이라는 말이 신뢰가 가면서 의심도 들었다. 나 까짓게 뭐라고 의심을 하는지 기고만장한 상황이었다. 선배 작가들에게 살짝 물어봤다. 그들은 나보다 하이클래스라 그런지 출판사의 규모, 계약의 내용에 대해서 우려를 했다. 아쉬울 것이 없으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말이었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내 마음은 이미 출판이 되어버렸다.
몇일 고민하고는 사인을 해서 보냈다. 대형 출판사도 아니고 인세가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그들이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예비작가가 되었고 마감일을 향해 원고를 다듬기 시작했다. 동내방내 소문내고 싶지만 무산되었던 기억이 있어 책이 나올 때까지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 물론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는 축하를 들었다.
탈고의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출판사 쪽에서도 내 편의를 봐줬고 나도 고집이 센 사람은 아니니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름을 정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 머리속에 생각하던 이름이 출판사에서는 와닿지 않는 가보다. 그렇게 몇번의 실랑이를 했다. 글을 싣는 순서에도, 소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표지를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조금씩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출판과정에서 작가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큰 착각이었다. 내 책이고 내 이름이 달리는 내 작품이라고 생각했는 데, 내 이름 만큼이나 출판사의 이름도 있었다. 글이 가장 중요하지만 판매, 홍보, 삽화, 교정, 디자인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하나의 책이 나오는 것이었다. 삽화의 표정을 수정해달라는 요구에 "수정은 안돼요"라고 말씀해 주는 대표님의 말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큰 깨달음이었다.
인쇄소와 출판사는 다르다.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책자를 찍어내는 인쇄소는 교사가 갑이다. 갑이라기 보다 수정의 책임과 주도권이 있어 교사가 꼼꼼할 수록 더 나은 작품이 나온다. 반면 인쇄소는 책임이 없다. 해달라는 데로 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출판사는 그렇지 않다. 독립출판이거나 직접 투자한 작품이 아니고는 공동책임이다. 내가 책에 쏟는 열정은 그들도 마찬가지 였다.
큰 줄기를 결정하고는 털어냈다. 그리고 인원수에 맞춰 사무실에 커피를 보냈다. 서울에서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쉬기 때문에 사실 만난 적이 없다. 코로나19도 큰 영향이었다. 내가 손을 뗀 후 작업은 더 빨리 진행되었다. 책을 쓰는 경험만큼이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이 완성되었다고 연락을 받은 날의 기분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첫 제자가 오랜 시간 후에 찾아온 듯 했다.
그리고 그 날 교사인 나는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