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책 수업, 다들 어떻게 하고 있나요?
온라인 책 수업 다들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새로운 수업환경 앞에서 처음엔 어떤 도구를 가지고 만나야 하나를 고민했고 그 다음에는 어떤 내용(컨텐츠)으로 다가가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모두들 그랬을거예요.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직접 만나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놀이로 마음을 열던 수업들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함을 느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러한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찾아서 노력이 닿는 데까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온라인에서도 저는 책과 함께 어린이들과 삶을 나누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모두에게 처음이기에 우리의 수업이 어색하기도 하고 의문이 드는 경우도 많지만 수많은 고민 속에 교사와 학생들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이 자리를 빌려 제가 학생들과 나누고 있는 수업과 생각들을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뛰어나서도 아니고 그냥 옆 반은 어떻게 책 수업을 하고 있지? 라는 관점에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그림책 컨텐츠+독후활동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그림책을 간단히 읽어주고 독후활동을 과제로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학년 초가 되면 항상 했던 것을 온라인으로 소통의 형태만 바꾼 것이었죠.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나일까?》는 함께 읽고 자기 자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바라보고 소개할 수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가 인테넷서점에 제공한 미리보기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활동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과제를 받아보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온라인 수업의 형태가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에는 공개된 자리에서 크게 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게 됩니다. 전체 학생들의 작품도 둘러보지만 아무래도 적극적인 태도로 표현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반응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모두가 공평하게 과제를 제출하니 교실에서 음성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학생이 적극적으로 표현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음성언어와 신체표현에 가려 보지 못했던 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수업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 컨텐츠 외에도 그림책을 동학년 선생님이나 교과전담 선생님과 함께 읽어주는 컨텐츠를 제작하고 뒷이야기를 상상해본다거나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고 확장하는 활동들을 진행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정말 나일까?' 활동방법과 학습지는 제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freecliff.blog.me/221218832680
둘. 실시간 수업-하루 한 똥시
모든 수업을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저는 9시 10분에 실시간라이브 방송을 30분 정도 하고 나머지는 E-학습터에 제가 만든 학습영상이나 동료선생님께서 만든 학습영상을 올리는 형태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학생들을 맞이하며 노래와 시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과 하루에 한 줄씩 글똥누기를 하는 것처럼 하루에 시를 한 편씩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시작이 박정섭 작가의 《똥시집》이었습니다. 박정섭 작가의 똥시집은 노래로 부를 수 있게 악보가 실려있으면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도 있어서 쉽게 학생들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시를 함께 따라 써보기도 하고 거꾸로 쓴 시를 활용해 하고 싶은 말을 거꾸로 적어보는 활동도 했습니다. 함께 시를 나누는 활동이 정말 좋아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플랫폼 - 책가방에 일주일 분량의 똥시 컨텐츠를 만들어 나누기도 했습니다. 박정섭 작가님과 사계절출판사에서도 적극 협조를 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같은 시를 함께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하루 안부를 묻고 학습안내를 했습니다. 그렇게 시와 노래가 있는 온라인 교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똥시집》외에도 유튜브에 랩영상이 있는 신민규 작가의 《똥시집》과 시를 들려주고 제목맞추기를 해 볼 수 있는 유강희 작가의 《손바닥 동시》도 즐겁게 나누었습니다.
똥시집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기 원하시는 분은 인스타그램 책가방(@superbookbag)채널이나 제 블로그에서 똥시카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셋.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수업
온라인 수업을 통해 오히려 자신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학생을 보며 생각을 다르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온라인이서 불가능한 수업 말고 온라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수업은 없을까?"
그러다가 온라인 수업이 가지는 특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평소에 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이 제한된 감각으로 만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의 오감 중에 몇 가지 감각을 사용하지 않고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제한된 감각으로 우리의 생각에 날개를 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① 청각만 주어진 문학자료를 활용하기(시수업)
청각만 활용해야 하는 문학자료를 제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녹음된 시의 언어를 듣고 이미지를 떠올려보고 느낌을 나누어 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상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청각자료를 활용한 시수업은 학생들을 더 깊은 감상으로 안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② 시각만 주어진 문학자료 - 이야기 추론
시각만 주어진 문학자료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카슨 엘리스의 《홀라 홀라 추추추》는 곤충들의 언어로 되어 있는 그림책입니다. 알 수 없는 곤충들의 언어를 보며 상상을 통해 이야기를 추론해야 합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부록에 곤충들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암호해독표가 있지만 이 작품은 암호를 해독하는 것보다 독자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는 이야기의 재미에 초점이 있습니다.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의 삽화를 보고 이야기의 앞 뒤를 함께 상상하고 함께 추론해보는 활동을 소개해드립니다.
*그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계셨던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 그림책들이 빛을 볼 시간입니다. 책장에서 원어나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을 찾아보세요!
③ 시각과 청각 - 학생들의 음성자료를 활용해 함께 읽기: 특정 대사들을 녹음하기
시각과 청각을 활용한 문학수업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학생들이 듣는 형태가 과연 '읽기'인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함께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학년 선생님들께서 문자언어가 서투른 학생들을 위해 음성메시지로 과제를 받는 모습을 보며 생각한 형태의 수업입니다.
학생들에게 작품의 몇몇 대사들을 음성언어로 녹음하고 파일로 제출한 뒤 이를 활용해 그림책이나 단편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어떨까요? 실시간으로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미리 준비된 언어와 자료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더 의미있는 수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도 자신들의 삶을 꾸려간다.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이 지치고 힘들텐데도 벌써 2주가 넘게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학생들은 세상을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며 자신들의 삶을 꾸려갑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지만 수많은 이야기꽃들이 전국의 교실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나눔이 선생님들의 고민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함께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책 읽는 유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