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24. 마법사와 함께한 시간
책과 교육연극의 만남, Book극이야기! 오늘은 극타임입니다. 오늘은 《마법사와 함께한 시간》이라는 단편동화를 교육연극으로 함께 읽어보았던 수업이야기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책과 교육연극을 나눕니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깊게 읽으며 교육연극(과정드라마)을 진행할때도 있지만 그림책이나 단편동화와 같은 짧은 이야기를 연극기법을 통해 나누기도 합니다. 짧은 이야기는 완결된 결말을 전해주기보다 우리에게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거나 딜레마를 던져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생각의 길로 안내합니다.
아주 먼 옛날, 강한 힘으로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 살았습니다. 왕은 왕국의 모든 일을 마음대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왕은 백성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두려움을 무기로 신하들에게 존경을 강요했습니다.
질문 #1. 왕은 어떻게 해서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까(놀이)?
왕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놀이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창과 방패'라는 놀이입니다.
<창과 방패 놀이>
① 한 손을 손바닥이 보이게 등 뒤에 붙이고 방패를 만들고 다른 한손의 검지손가락을 들어 창을 만든다.
② 검지손가락으로 만든 창으로 등 뒤에 있는 방패를 찌르면 찔린 사람은 아웃이 되며 그 자리에 앉는다.
③ 자리에 앉은 사람 사이를 다니며 다른 사람의 방패를 찌르고 내 방패를 지키는 사람이 승리한다.
④ 살아남은 사람이 3명 이하로 줄어들면 아웃이 된 사람들이 동그랗게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경기를 진행한다.
⑤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경기를 계속한다.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이 왕이 된다.
창과 방패는 철저하게 승자 독식 구조의 놀이입니다. 아이들과 이렇게 왕이 된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나라를 다스릴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왕의 입장을 이해해보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왕국에 사는 백성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도 함께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소문이 들려옵니다.
"왕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예언을 하는 마법사보다 힘이 셀 수는 없지!"
"게다가 마법사님은 많은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까지 받고 있다구!"
질문 #2. 자신을 제거하려는 왕의 질문에 마법사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정지동작)?
마법사에게 질투심을 느낀 왕은 그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치밀하게 세웁니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마법사가 왕에게 굴복하게 되는 질문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마법사는 어떤 선택과 대답을 했을지 아이들과 정지동작으로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왕: 빨리 말해보거라!
마법사: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이라고 대답하는 모둠이 많았습니다. 왕이 오늘 마법사를 죽이면 마법사의 예언이 맞는 말이 되기 때문에 적어도 오늘은 마법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왕: 어서 대답을 해보거라!
마법사: 아브라카타브라!
왕: 으억!
- 마법을 사용해 왕을 제거하는 모습을 표현한 모둠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마법사는 왕이 질문을 던진 목적을 이미 알고 있었다.' 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타인이 내게 위협을 가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똑같은 방법으로 돌려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진짜 마법사의 대답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작품 속 마법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질문 #3. 왕은 아들에게 죽기 전에 어떤 편지를 남겼을까(생각 나누기)?
마법사와의 시간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 죽음을 예감한 왕은 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이들은 왕의 생각을 짧은편지에 담아 씁니다. 왕의 생각을 편지에 담는 형식이지만 학생들은 놀이와 연극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얻은 생각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네가 왕이 되면 네 마음대로만 하지 말고 꼭 중요한 일을 상의해서 처리하거라!"_4학년 학생A
"나는 오랜 세월을 내 마음대로 했다. 하지만 마법사를 만나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너도 마법사처럼 좋은 친구를 옆에 두거라."_4학년 학생B
"아들아 멋지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_4학년 학생C
"아들아 네가 사랑을 받지 못해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말거라."__4학년 학생D
아이들의 편지를 한 공간에 모았습니다. 이렇게 하니 아이들이 책과 활동을 하며 어떤 생각을 얻게 되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선택의 순간에 그 의도를 파악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선택지를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떠올려 볼 수도 있다는 관점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들어와 왕의 입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독자의 읽기경험으로 완성되지만 단편 동화, 그림책 등 짧은 이야기는 특히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과 반응으로 완성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는 것도 좋지만 놀이와 연극활동을 통해 함께 생각을 나누어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울림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작이 어렵다면 작품의 모티브와 관련된 놀이-딜레마 상황에 따른 신체표현-생각을 나누는 활동의 순서로 가볍게 접근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수업이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마법사와 함께한 시간 》을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책과 교육연극활동 소개를 마칩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18. 다르게 바라보기 -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19. 주변 인물에 초점 맞추기 -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20. 여덟 단어 - 여덟 단어로 책 한 권 요약하기
21. 연극하며 시쓰자! - 교육연극으로 함께 시쓰기
22.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23. 내 소문 들었어?(읽기 전 활동)
24. 마법사와 함께한 시간
한 학기 한 권 읽기과 교육연극을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원격연수에 담았습니다.
아이들과의 실제 수업장면이 15차시 이상이라 저와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큰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책과 교육연극 수업의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추천드립니다.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teacher.i-scream.co.kr/course/crs/creditView.do?crsCode=1128&ss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