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거지 떼-책을 느리게 읽는 다섯 번째 방법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졌다.
위를 올려다보니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거대한 맷돌을 가는 것 같은 천둥소리가 들렸다.
삼촌이 운전석 뒤에서 재빨리 일회용 비옷을 꺼내 나눠 주었다.
"빨리 입어. 이렇게!"
소매는 걷고 허리는 묶었다. 몸통만 비를 맞지 않게 가린 셈이었다.
비옷 입는 걸 기다렸다는 듯 빗방울이 떨어졌따.
툭!투둑!두두두두둑!
비옷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소리가 났다. 어디선가 먼지 냄새가 났다.
길 위에 빗물이 흘렀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09p 中-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1.'제목에 유의하라'
2. '경쟁하는 목소리에 유의하라'
3. '이정표를 찾아라!'
4.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네 가지에 이어서 이번에는 다섯 번째 방법으로 이 책을 함께 느리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4장의 소제목은'거지 떼'입니다.
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저녁메뉴로 삼겹살을 준다는 말에"삼겹살이 기다린다!"
"삼겹살! 삼겹살! 삼겹살!"을 외치며 거지 떼처럼 달리던 그들의 모습이
작가 특유의 비유법으로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이때, 책을 느리게 읽는 다섯 번째 방법이 가장 필요하게 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5.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라!
드디어 올 게 왔습니다. 제가 감히 작가인 김남중 작가님의 문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왔군요.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라!
작가들의 글은 저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문체는 작가가 생각하고 존재하는 방식이며, 개성을 드러내 주는 그 표식을 통해 작가는 주제와 인격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털어놓는다.'
_느리게 읽기, David Mikics 112p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벤 존슨(Ben Jonson)은
"언어는 한 인간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했다.
"말하라, 내가 그대를 볼 수 있도록."
_느리게 읽기, David Mikics 121p
'감지하다'라는 단어의 뜻은 '느끼어 알다'라는 뜻입니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작품에 표현된 작가의 표현방식, 즉 문체를 느끼고 즐기고 음미하며 누리는 것, 그것이 책을 느리게 읽고 즐겁게 읽는 다섯 번째 방법입니다.
김남중 작가님의 작품 중에 단편 작품을 제외하고 장편으로는 두 권을 읽었습니다.
연재하고 있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 <속좁은 아빠> 두 권입니다.
제가 느낀 김남중 작가님 문체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 입니다.
1. 직유법 위주의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묘사
2. 유쾌한 문체_아이들에 대한 끝없는 믿음과 희망적인 메세지
김남중 작가님의 작품에는 직관적인 비유들이 많습니다.그래서 6학년 1학기 비유적 표현은 교과서를 다루지 않고 이 책으로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하나 같이 목마른 강아지처럼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며 페달을 굴렀다.
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82p 中-
나는 아이스 박스에서 시원한 오이를 꺼내 돌렸다.
오이가 이렇게 맛있는 채소인 줄은 몰랐다. 채소가 아니라 과일 같았다.
아삭아삭 시원한 맛이 온몸에 메아리쳤다.오이 즙이 땀구멍으로 흘러나올 것 같았다.
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85p 中-
나는 고개를 숙이고 도로 가장자리의 흰 선을 내려다보며 페달을 밟았다.
내가 흘린 땀방울이 흰선에 부딪혀 깨졌다.
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89p 中-
거대한 맷돌을 가는 것 같은천둥소리가 들렸다.
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09p 中-
위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거의 매 부분에서 직관적인 비유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로 보는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비유적 서술은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고 감각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오르막길은 지옥인데 내리막길은 천국이었다.
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90p 中-
은유법 또한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해 직관적으로 다가오게끔 쉽게 서술하였습니다.
비유법을 배우면 왜 항상 우리 마음은 호수가 되어야만 할까요?
실제 작품 속에 들어있는 표현들을 통해 아이들과 비유법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 이러한 신선한 직유법들을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읽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작가님의 직관적인 비유들을 살펴보고 찾아보고 함게 이야기 나누는 것, 이것이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김남중 작가님 문체의 특징은 유쾌하다는 것입니다.
작가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들이 결코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때로는 거칠게 표현합니다.
아이들은 책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어른들이 강요하는 아이의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의 모습이 작품 속에 표현되기 때문이죠.
이 여름에 천백 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린다고?
농담 아니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웃는 사람이 없었다.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36p 中-
삼촌이 씩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은 틀렸다. 어쩔 수 없이 참을 뿐이었다.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58p 中-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머리가 통째로 들어가는 오토바이 헬멧을 하나 사서 아빠한테 거꾸로 씌워야겠다._-김남중, 속 좁은 아빠 18p 中-
"팔월에 술 먹고 자전거 타면 길바닥에 바로 김치전 부치는 거 몰라?"
"통닭 먹고 무슨 김치전이야, 닭죽이지!"._-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99p 中
때로는 아이들과 이런 표현을 읽어도 되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술 먹고 김치전을 부친다는 표현이나 미친거 아니야? 라는 표현들을 검열해서 읽으려고 했던 것이죠.
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표현들에서 주인공에게 더 많은 호감을 가진 듯 했습니다.
자기와 비슷한 성격과 생각을 하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통해 작품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죠.
이 외에도 더 많은 유머코드가 숨어 있습니다. 작가님 글을 읽다보면 주제와 관련된 진지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든지 유머가 튀어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마냥 흥미진진했습니다.
작가님의 문체를 보며 작가님은 아재개그를 즐기는 유쾌한 분이실 것 같다는 생각도...
(다음주에 저희 교실로 오셔서 아이들과 만나기로 하셨으니 그때 확인해보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어두우면 비가 오고, 희망이 보이면 햇살이 비추는 등 장면장면마다 작가님 특유의 문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이런 작가님의 문체, 표현들을 하나씩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책을 느리게 읽으며 제대로 누리는 다섯 번째 방법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아이들마다의 문체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성격이 나오고 특징이 나오게 되지요.
이 이야기는 다음시간에 함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샛길새기 활동>
1. 주인공처럼 아이들과 비옷을 입고 비를 맞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때 버스비로 불량식품 사먹고 비맞으며 집에 가던 기억이 많아서도 그러했고, 서준호 선생님의 비오는 날 교실에 대형그림 그리기 활동도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이소에서 천원짜리 비옷을 사두고서 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평소에 비오면 우울우울 하던 아이들이 비오기만을 기다리며 창밖을 보던 순간은
아직도 저에게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네요.
눈을 감고 맨발로 젖은 흙도 느껴보고 물총싸움도 했습니다.
2. PAPS 체력측정 끝나고 시원한 오이먹기
_작품 속 인물들처럼 시원한 오이의 맛을 느끼기 위해 PAPS 오래달리기 측정이 끝나고 시원한 오이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3. '삼겹살광역시' 라는 표현에 착안해 읍, 면, 동, 시, 군, 구, 광역시, 특별시, 도 등 행정구역 알아보기
_울산에 도착하면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울산을 '삼겹살 광역시'로 표현한 부분에서 행정구역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