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07. 여기, 지금 슬로리딩 수업 생중계
2학년 28명의 아이들과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도둑'이라는 책을 천천히 함께 읽으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행복한 순간들을 생중계 해 드립니다.
01. 12색 크레파스와 거짓말 하는 어른 (프롤로그)
02. 어떤 책을 함께 읽을까? 슬로리딩 책 선정의 기준 다섯 가지
03. Pick me Up! - 책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까? (학년/학급도서 신청목록 만들기)
04. 슬로리딩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쉽게 시작하자!
05. 2016년 슬로리딩 첫 수업 이야기(첫 수업 Tip)
06. 맛있는 책 만들기 프로젝트
07. 여기, 지금 슬로리딩 수업 생중계
들어가기 전에!!
수업생중계를 보시기 전에 알아두셨으면 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저의 수업을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의 슬로리딩 수업은 두 영역으로 나누어 집니다.
글을 온전히 읽는 연구노트 작성 시간과 책에 나온 것들을 다 체험해 보며 온전히 느끼는 샛길새기
참고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_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속상한 적이 있었나요?
"이봐요, 날 바보로 아는 거요? 이야기를 도둑맞았다고? 웃기지도 않군. 없어졌다는 게 아무짝에 쓸모없는 낡아 빠진 것들이잖소! 다 쓰레기 아니오?"
『프란치스카 비어만,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中』 |
봄과 가을에 글감을 찾아 가득 채워두었던 여우아저씨의 창고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빛나리씨의 도움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 아저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게 되지요.
도둑맞은 물건 목록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던 경찰관은 이내 수첩을 닫으며 화를 버럭냅니다.
"이봐요, 날 바보로 아는 거요? 이야기를 도둑맞았다고? 웃기지도 않군. 없어졌다는 게 아무짝에 쓸모없는 낡아 빠진 것들이잖소! 다 쓰레기 아니오?"
봄의 향기, 뱃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수첩들, 찢어진 우산 7개 등, 여우아저씨에게는 소중한 물건이지만, 경찰관이 보기에는 쓰레기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결국 여우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한 채, 경찰관은 그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아이들과 글을 함께 읽으며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군가 경찰관처럼 여러분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했던 적이 있나요?"
"오늘은 새로 알게 된 낱말이 따로 없으니 그 자리에 한번 적어봅시다."
"언니에게 장난감 고장난 곳 고정을 해주라고 했는데 그냥 무시해서 속상했어요."
"엄마에게 저녁에 무엇을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술 마시고 계시다며 무시하셔서 속상했어요."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던 경험들을 나누고, 우리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헤어려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었습니다.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고 온전히 느끼는 것, 책을 빠르게만 읽던 아이들도 조금씩 책을 느리게 조금씩 읽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온전히 읽는 연구활동을 끝내고 샛길새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샛길새기_ '여우아저씨가 잃어버린 글감들 그려보기'
이번 시간의 샛길새기 활동은 '여우아저씨가 잃어버린 글감들 그려보기' 였습니다.
책에 나온 대로 잃어버린 글감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상상하며 그려보는 간단한 활동이지요. 칠판에 저도 예시로 그려보다가 아이들이 저보다 더 잘 그리기에 그냥 내버려두었습니다.
작가는 책에서 그 많은 잃어버린 물건을 왜 한 페이지나 들여서 정성스럽게 서술했을까요?
아마도 주인공이 그 글감들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아이들도 글감을 하나씩 그리며 그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_ 여우아저씨처럼 털실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땅굴 속을 헤매어 보자!
"빛나리! 난 이 구멍으로 들어가 도둑의 흔적을 쫓아가겠네. 자네는 여기에서 이 작전의 안전요원이 되어 주게." 이 말을 들은 빛나리 씨는 '안전 요원이라니 꽤 근사해 보이는데.' 하고 생각했어요. " 자, 이 작전에는 자네의 빨간 스웨터가 필요하다네." 그러고는 재빨리 빛나리 씨의 스웨터에서 털실을 풀어 냈어요. 아저씨는 그 실을 자기 배에 단단히 묶었어요.
『프란치스카 비어만,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29-30p 中』 |
경찰관이 가 버린 후, 여우아저씨는 혼자서 도둑을 추적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후원자인 빛나리씨의 스웨터에서 털실을 빼내어 안전장치로 활용하게 되지요. 어두운 땅속에는 겨울잠을 자는 토끼도 있고, 땅 밑을 흐르는 개천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함께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상상풍선은 커져갑니다.
먼저 글을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이라 먼저 함께 읽고, 미리 정해준 아이가(오늘은 6번이 30페이지, 7번이 31페이지) 다시 한번 읽어줍니다.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는 세 줄 정도로 읽는 부분을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연습해 올 수 있도록 읽을 부분을 전날 안내해주었습니다.
연구노트를 작성하며 '추적'이라는 낱말을 가지고 글쓰기를 해 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샛길새기로 넘어가기 위해서였지요.
내가 끈을 당겨 신호를 보낼 거야. 세 번 잡아당기면 아무 일 없다, 두 번 잡아당기면 낌새가 안 좋다. 한 번 잡아당기면 위험하다는 뜻이야. 한 번도 잡아당기지 않으면....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야지
『프란치스카 비어만,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31p 中』 |
"애들아 우리 여우아저씨처럼 탐정이 되어 땅굴 속에서 도둑을 추적해볼까?"
"땅굴 속은 분명 어두울거야. 안대를 쓰고 모둠원들이 주는 신호에 맞추어서 반환점을 돌아오자!"
한 번 잡아당기면 아무 일 없다.
두 번 잡아 당기면 멈추어서 방향을 바꾸어라.
세 번 잡아 당기면 위험하다.
아이들은 모둠마다 규칙을 만들어서 도둑을 추적했습니다. 친구들의 줄 신호에 맞추어 진지하게 탐험을 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탐험을 하고 줄 신호를 느껴보는 것! 오늘의 샛길새기도 성공입니다.
사실 30분의 시간만 들이면 읽을 수도 있는 책을 느리고, 그리고 깊게 아이들과 함께 읽는 시간은 너무 행복합니다. 책을 읽는 것마저 독해력으로 역량이 되는 시대에 아이들이 글 읽기라는 것을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책 읽는 기쁨,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