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아! 미시령-책을 느리게 읽는 여덟 번째 방법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일등 한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몸부림 친다고 일등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지간한 남자는 코웃음 치며 이겨버리는 지은이 누나가 앞에 있다. 자전거를 자기 몸 다루듯 하는 문안이 형도 있다.
이런 길도 행복하게 웃으며 오르는 배병진 아저씨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꼭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늦지 않게, 방해 되지 않게 내 속도만 내면 그만이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86-7p 中-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1.'제목에 유의하라'
2. '경쟁하는 목소리에 유의하라'
3. '이정표를 찾아라!'
4.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5.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라!'
6. '인내심을 가져라!'
7. '의심의 기술을 길러라!'
일곱 가지에 이어서 이번에는 여덟 번째 방법으로 이 책을 함께 느리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7장의 소제목은'아! 미시령'입니다.
자전거 여행이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마지막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바로 미시령 고개를 넘는 순간입니다.
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읽으며 우리는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강한 목소리, 주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때, 책을 느리게 읽는 여덟 번째 방법이 가장 필요하게 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8. 작가의 기본사상을 발견하라!
"요즘 무슨 책 읽고 있어?" 라는 질문에는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는지,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어떠한 것에 관심사가 있는지를 물어보는 포괄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말을 하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래서 글 속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숨겨놓게 됩니다. 글이 작가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죠.
물론, 텍스트와 작가를 무조건 동일시 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작가보다 텍스트가 훌륭한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의 기본사상을 발견하라!
"네가 나에게 오겠다고 했을 때 난 속으로 웃었어. 내가 네 나이일때 생각이 났거든,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 도중에 네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듣고는 난 그저 너를 힘들게 한 것들을 잊고 땀 흘리게 해주고 싶었어. 땀은 고민을 없애 주고 자전거는 즐겁게 땀을 흘리게 하지. 난 그 기회를 영규한테도 주고 싶어. 내가 남한테 해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74p 中-
트럭을 훔쳤던 영규아저씨를 용서하고 멤버로 받아들이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호진이에게 삼촌은 호진이에게 자전거 여행을 하게 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땀을 통해 고민을 잊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게 하는 것, 자전거를 좋아하는 작가의 모습이 나옵니다. 자전거를 16대나 잃어버렸다는 에필로그의 작가의 말과 함께 자전거 여행의 매력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엄마!"
"왜"
"삼겹살 사다먹어."
"무슨 말이야?"
"아빠랑 삼겹살 좀 사다 먹으라고"
_불량한 자전거 여행 175p-
"아빠!"
"왜?"
"엄마가 삼겹살 먹고 싶대."
"뭐?"
"엄마가 삼겹살 먹고 싶다니까 좀 사줘"
_불량한 자전거 여행 177p-
가족은 밤을 함께 보내는 사이다.
아빠도 엄마도 나도 저마다 다른 곳에서 다른 밤을 보내고 있다.
가족이란 이런게 아닐텐데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_불량한 자전거 여행 178p-
가족과 함께 삼겹살을 먹는다는 것, 밤을 함께 보내는 것,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최근에 가족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은게 언제였는지, 모두가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은 적은 언제였는지 주인공은 묻습니다. 여러분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이처럼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호진이의 고민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난 뭘 잘하지?'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마음이 급하지는 않았다. 집을 떠난 뒤로 여유가 생겼다 아직 모를 뿐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내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아직 모른다.
공부를 못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아는 엄마와, 엄마와 같은 생각이지만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인 아빠가 떠올랐다. 하지만 난 공부가 싫다. 억지로 시키는 건 더 싫다. 그래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온몸으로 부딪쳐 땀 흘릴 수 있는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개 속 같던 머리속에 어렴풋이 불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87p 中-
"꼴찌의 속도가 자전거팀 전체의 속도가 된다!"
1등만 잘 사는 시대에 꼴찌의 속도에 맞추어 전체가 함께 이동하는 자전거 여행은 함께 사는 사회를 제안합니다. 왜 모두가 한 줄로 경쟁만 해야 하느냐고 말이죠.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면 자기가 그 좋아하는 분야에서 모두 1등이 될 수 있는데 사회적 성공의 기준은 늘 하나 뿐이어서 승자와 패자가 생기고 일부만 행복한 그런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에서 작가의 목소리는 분명합니다.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마음을 기울여라! 그럼 넌 행복해 질 수 있다. 자전거 경주보다 자전거 여행을 하듯 살자!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자! 인생의 목표보다 인생 자체를 즐기자.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운이 좋게도 우리반 교실에서 작가님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남중 작가님의 강연 중에 3분 편집 영상을 공개합니다.
작가의 기본 사상을 알고 나면 작품이 더 크게 보입니다. 장편 동화 한 권에 이렇게 큰 메세지가 있다는 사실에 저 또한 놀랐습니다. 꼴찌의 속도가 팀 전체의 속도가 된다니! 꼴찌까지 함께 챙겨줄 수 있는 사회, 작품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만남으로 아이들도 작품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여덟 번째 방법! 작가의 기본 사상을 발견하라! 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샛길새기 활동>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호진이는 가족이란 삼겹살을 함께 먹고, 밤을 함께 보내는 사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가족이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