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모닥불, 열네 번째 참가자-책을 느리게 읽는 일곱 번째 방법
"언니! 언니!"
대열을 빠져나온 희정이 누나 자전거가 조금씩 옆으로 기울었다. 뒤따르던 은영이 누나가 비명을 질렀다. 시간이 멎어버린 것처럼 자전거가 천천히 넘어졌다. 희정이 누나는 넘어지면서도 페달을 굴렀다. 핸들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43p 中-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1.'제목에 유의하라'
2. '경쟁하는 목소리에 유의하라'
3. '이정표를 찾아라!'
4.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5.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라!'
6. '인내심을 가져라!'
여섯 가지에 이어서 이번에는 일곱 번째 방법으로 이 책을 함께 느리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6장의 소제목은'모닥불, 열네 번째 참가자'입니다.
광주에서 출발한 자전거 여행도 이제 안동, 단양을 지나 원주까지 왔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된 희정이 누나가 쓰러집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기 싫어하던 희정이 누나는 쓰러지면서도 페달을 굴리고 핸들을 잡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열네 번째 새로운 참가자는 누가 될까요?
이때, 책을 느리게 읽는 일곱 번째 방법이 가장 필요하게 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7. 의심의 기술을 길러라!
책을 읽는 데 의심을 하라구요? 이건 또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요?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한 작품의 줄거리나 사건전개, 인물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한대로, 예상한대로 움직인다면 그 작품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요? 작가는 우리가 그 작품을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읽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장치들을 곳곳에 숨겨두었죠. 이러한 작가와 대화하고 밀당(?)하는 것, 그것이 책을 느리게 읽는 일곱 번째 방법입니다.
의심의 기술을 길러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17권에서 아테나는 구혼자들을 시험한다. 그들을 찾아오는 가난뱅이 나그네(이 거지는 당연히 변장한 오디세우스이다)에게 누가 친절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보자는 것이다. 아테나는 그 구혼자들을 한 명도, 설령 선한 자라 할지라도 용서해 줄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도 그들을 시험하려 한다. 놀랍게도 인색하고 심술궃은 그들의 대장 안티노오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구혼자들이 시험을 통과한다. 그들은 거지의 주머니에 빵과 고기를 채워준다..
_느리게 읽기, David Mikics 182p-
몇 천년 전의 글에서도 이러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왕국을 비운 오디세우스를 대신해 그의 부인 페넬로페에게 구혼을 해오는 구혼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왕이 없는 사이 매일 궁전에서 파티를 벌이며 그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를 거지로 변장시켜 복수할 기회를 주게 되지요.
구혼자들은 분명 악인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시험을 통과합니다. 나쁜 사람들이니 당연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작가인 호메로스는 이들이 시험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아테나 여신의 부당함을 비꼬게 됩니다.
이렇게 작품 속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전개들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책의 흐름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변할지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의심을 하고 예상을 해가며 책을 맛있게 즐겨봅시다.
아니요. 지금부터는 안 볼 거예요. 집에 돌아갈 테니까 환불해주세요"_불량한 자전거 여행 62p-
"나 못가겠어요. 트럭 탈래요."_불량한 자전거 여행 62p
박희정이라는 인물은 아버지가 대신 자전거 여행을 신청해서 억지로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 완주를 하지 않으면 유학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여행을 하고 있지만, 툴툴대며 불만을 터트리고 쉽게 포기하려 합니다. 그러던 희정이 누나가 쓰러집니다. 하지만 핸들도 잡고 있고, 페달도 굴리고 있었죠. 그것은 계속 달리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희정이 누나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요?
언니! 언니!"
대열을 빠져나온 희정이 누나 자전거가 조금씩 옆으로 기울었다. 뒤따르던 은영이 누나가 비명을 질렀다. 시간이 멎어버린 것처럼 자전거가 천천히 넘어졌다. 희정이 누나는 넘어지면서도 페달을 굴렀다. 핸들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43p 中
여기 또 다른 인물이 하나 있습니다.
도둑이 움찔 제자리에 섰다. 한쪽만 슬리퍼를 신고 있어서 다른 발이 지저분했다. 삼촌이 도둑아저씨 앞에 섰다. 도둑아저씨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삼촌이 속삭였다.
"상지대 정문 앞으로 일곱시까지 와라. 안 나오면 경찰이 찾아올 거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56p-
쓰러진 희정이 누나를 병원에 데려간 사이 트럭을 훔쳐간 사람, 바로 윤영규라는 사람입니다. 멍청해 보이고 지저분해보이는 이 아저씨를 잡았고, 어떻게 될까 의심을 했습니다. 돈을 받아낼까? 한 대 때릴까? 경찰에 넘길까? 하지만, 이 사람이 결국 열네 번째 자전거 여행 참가자가 됩니다.
삼촌이 이 사람을 용서하고 자전거 여행을 시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의심하고 작가와 밀당을 하는 느리게 읽기인 것입니다.
인물의 변화를 예상해보고, 항상 의심의 끈을 놓치 않으며 변화에 따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사건의 전개가 급변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의심하며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 작가가 숨겨놓은 보물들을 밀고 당기기를 하며 책을 읽는 경험은, 우리에게 책읽기라는 반짝이는 즐거움을 안겨줄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샛길새기 활동>
1. 내가 만들고 싶은 동호회(까페) 소개하기
잃어버린 트럭을 찾으며 삼촌은 경찰보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힘을 더 의존합니다. 국내 최대의 자전거 동호회 '자출사'와 다른 자전거 동호회들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기가 만들고 싶은 동호회 이름과 그곳에 모일 사람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예인 팬클럽이 많기는 했지만, 다른 동호회도 많았습니다.
2. 국화차 마시며 역할놀이 하기
6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참가자들이 모닥불을 피워두고 각자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암수술을 하기전에 자전거 여행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배병진, 사업에 실패한 홍상옥, 왕따를 당하다 대안학교에 간 배은영 등 각자의 사연을 국화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교실에서 둥글게 앉아서 국화차를 마시며 각자 역할을 맡아 역할놀이로 재현해 보았습니다.
P.S. 이제 여행도 사흘이 남았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작가의 기본사상을 작품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김남중 작가님의 강의 영상 클립도 들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