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오늘은 '극(교육연극)' 이야기를 전해 드리려 합니다.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교육연극 활동 중에 하나가 바로 '핫시팅(뜨거운 의자)' 입니다. 구성원 중에 한 명이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의자에 앉습니다. 그리고 청중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인터뷰 형태의 활동입니다.
간단한 활동이기에 선생님이나 학생들 모두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실제 수업 장면에서는 의도와 다른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선생님 : "이제 이 의자에 앉은 지은이가 멍청한 두덕씨와 왕도둑의 '두덕씨'가 되어 볼거예요.
여러분이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세요!"
수민 : "두덕씨 통조림을 잃어버렸을 때 기분이 어땠었나요?
지은(두덕씨) : "속상했어요."①
선생님 : "두덕씨, 기분을 자세하게 말해줄래요?"
지은(두덕씨) : "통조림을 가져가서 정말 속상했어요."
선생님 : "두덕씨에게 다른 질문을 해 볼 친구 있나요?"
성빈 : "두덕씨! 반지아가씨와 트와이스 중에 누가 더 좋아요?"②
지은(두덕씨) : "당연히 트와이스!"
선생님 :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물어보세요!"
연출된 장면이지만 준비없이 시작한 1인 역할극에서 아이들의 질문은 샛길로 새어버리고 그에 따른 답변은 식상(①)해지는 상황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어떤 까닭으로 나타날까요?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저는 두 가지로 찾아보았습니다. 먼저 작품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가 역할극을 하는 학생과 질문을 하는 학생 모두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역할극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전체가 아닌 일부이기에 질문을 하는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핫시팅 활동이 실패하는 경우>
1.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2. 일부 학생들만 역할극에 참여하게 되어 다른 학생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참여의욕이 떨어지는 경우
2학년 아이들과 김기정 작가의 '멍청한 두덕씨와 왕도둑'을 천천히 깊게 읽으면서 핫시팅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도움을 청하러 간 교육연극 전문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이 한 마디 질문을 남기셨습니다.
"두덕씨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은 어떤 역할로 설정할거야?"
핫시팅(뜨거운 의자)기법은 의자에 앉은 학생만 역할극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찰관의 입장에서 두덕씨에게 질문을 하고, 반지아가씨 그리고 들쥐들의 입장에서도 두덕씨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 모두가 등장하는 핫시팅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나, 인물 분석하기
인물을 분석하면서 3가지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인물의 성격
인물의 관심사
인물의 현재 감정
작품에서 근거를 찾아 인물의 성격, 관심사, 현재 감정 이 3가지 관점에 따라 인물을 하나하나 분석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멍청한 두덕씨와 왕도둑'을 읽으며 두덕씨, 왕도둑, 경찰서장, 촉새기자, 까칠부인, 들쥐들, 경찰들, 반지아가씨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들 중에 한 명의 인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둘, 역할을 맡을 인물 선택하고 그림으로 그려 가슴에 붙이기
아이들이 핫시팅에 참여할 관점(인물)을 정하고 그 인물의 그림을 간단하게 A4절반 크기로 그렸습니다. 가슴에 붙이고 작품 속 인물이 되고나니 교실전체가 무대가 되었습니다.
역시 주인공 두덕씨의 인기가 가장 높습니다.
왕도둑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야 하는 경찰들과 이름만큼이나 까칠한 까칠부인의 실물을 교실에서 만나게 되니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셋. 포스트잇에 질문 적고 인터뷰 진행하기
모든 준비가 끝나고 기다리던 핫시팅 역할극을 진행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질문을 하기 전에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질문을 적었습니다. 이렇게 안내한 까닭은 자신의 질문을 한 번 더 다듬어 볼 수 있는 기회도 갖고 혹시나 활동 중에는 부끄러워서 질문하지 못했더라도 뒤돌아 보기를 진행할 때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질문자는 역할극을 맡은 학생(의자에 앉은 학생)이 선정했습니다. 직접 질문자를 선정해 질문에 따른 답변을 했고 역할극을 맡은 학생(의자에 앉은 학생)이 다수일 경우에 돌아가며 질문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넷, 포스트잇에 기록한 질문들을 인물차트에 붙이기
한 인물의 핫시팅 활동이 끝날 때마다 인물차트에 아이들의 질문을 붙였습니다. 질문 이외에 해주고 싶은 말도 남길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니 일어나서 질문을 하지 않은 아이들도 학습에 모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다섯, 역할에서 벗어나 활동 뒤돌아보기
핫시팅 활동이 끝난 뒤 저와 아이들은 현실로 돌아와 활동을 하며 들었던 감정과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모두가 참여하는 핫시팅활동을 진행하며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아이들이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 인물 분석했던 자료를 한번 더 살펴보고 이야기의 흐름과 상황에 비추어 답변을 하는 모습들은 교실의 온도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풍경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문화가 되어 꽃 피우는 교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 보는 것" 이라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수 만 가지의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관점의 전환을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으로 만들어 보시기를 제안합니다.
고맙습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들을 위주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