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09. 배려와 웃음이 있는 연극놀이 - 틀린그림찾기
책과 교육연극을 넘나드는 Book+극, 북극이야기! 9번째 시간! 오늘은 '극'이야기입니다.
교육연극을 시작할 때 아이들이 몸동작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개인동작으로 '냉장고'의 모습이나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해보면 아이들은 금방 창의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일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내는 길에는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이 다른 아이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정지동작이나 연속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옵니다.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신체접촉에 대한 거부감'
'다른 생각들을 하나로 조율해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
첫 번째,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을 느끼게 됩니다. 다른 팀보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표현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하거나 쉽게 포기하는 길을 택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신체접촉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줍니다. 4학년 이상만 되어도 남녀 친구들끼리는 손도 안잡는 경우도 있으며 서로의 신체동작을 연결하는 것에 어색함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세 번째 '다른 생각들을 하나로 조율해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를 느낍니다. 팀에 리더십이 있는 아이가 있어 강력하게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납니다. 팀원들의 생각들이 모두 다른 데 이것을 하나의 동작으로 연결하여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어려움들에 아이들이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연극놀이' 활동을 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틀림그림찾기' 활동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활동 방법은 간단합니다.
1. 10~12명의 학생들을 5-6명씩 두 팀으로 나눈 뒤 서로 마주보고 서서 짝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2. 한쪽 팀은 눈을 감고 뒤를 돌아보고, 다른 한쪽팀은 자신의 모습 중에 3군데를 바꿉니다.
(머리스타일, 옷 모양, 양말착용, 악세사리 등)
3. 이제 눈을 감았던 아이들이 뒤를 돌아 바뀐 곳 3군데를 찾고 다 찾은 짝은 자리에 앉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관찰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를 한 번 더 내게 합니다. 3군데를 또 바꿔서 문제를 내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했던 곳과 다른 곳을 바꿔야 합니다.
4. 역할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또 다시 한쪽 팀은 눈을 감고 뒤를 돌아보고, 다른 한쪽팀은 자신의 모습 중에 3군데를 바꿉니다.
5. 정답을 맞추게 한 후 한 번 더 문제를 낼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또 다시 문제를 내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못찾게 어려운 곳을 바꾸던 아이들이 점점 더 과감해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렇게 됩니다.
윗도리를 넣어 '배바지'를 만들고 2:8 가르마로 과감하게 변신합니다. 친구들이 달라진 곳을 '찾지 못하도록 숨겨 놓는 것' 이 아니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상대방이 웃을 수 있도록' 문제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활동의 진짜 목적을 아이들은 알게 된 것입니다. 위 아이를 본 상대방 아이의 표정은 이러했습니다.
웃음이 터졌습니다. 빵 터졌습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단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라앉히고 미소와 함께 달라진 곳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 활동은 '관찰력을 키워 틀린그림을 잘 찾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목적은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과감하게 변화를 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활동을 통해 '신체를 활용한 표현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결국 교육연극 활동이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는 과정이라는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웃음'을 주기 위해서 좀 더 과감한 변화를 주는 행동을 통해 '신체표현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학급의 분위기가 서로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서 '서로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틀린그림찾기 활동'을 하며 아이들은 '결과'나 '목표'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 이것을 항상 우선순위에 둔다면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활동 소개를 마칩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만을 앞으로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틀린그림찾기 활동은 책과 교육연극을 고민하는 교사모임, Book극곰 5월 워크샵에서 광주 백운초 장윤정 선생님에게 배웠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