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19. 주변 인물에 초점 맞추기
책과 교육연극의 만남, Book극이야기! 오늘은 극타임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다보면 주로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래서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라던가 '주인공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와 같은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인공 주변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주변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더 넓게 바라보았던 교육연극 수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야기 하나, 슈퍼마켓 가게 딸 백보리, 마트에 바퀴벌레를 풀다.
진형민 작가의 「기호 3번 안석뽕」 에는 슈퍼마켓 가게 딸 백보리가 등장합니다. 기호3번 안석뽕의 주인공은 분명 안석뽕입니다. 그런데 백보리는 안석뽕 주변에 등장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안석뽕과 친구들이 지나가던 길에 백보리는 공용화장실 앞에서 쓰레기 집는 집게로 어떤 물체를 줍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녀는 다음날 안석뽕을 데리고 시장 옆에 새로 생긴 피마트 지하 식품매장에 바퀴벌레를 풀어버리는 '거사'를 실행합니다.
"아니, 화장실이 끅, 겁나 좋아서 끅, 화장실이 끅끅, 이렇게 좋으면 어떡해……."
바퀴벌레 대작전을 펼치고 난 뒤 화장실에 갔다와서 화장실이 너무 좋으면 어떻게 하냐고 울던 보리의 모습이 저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백보리의 이런 입장을 어떻게 수업으로 풀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이야기 둘,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우리반 효진(가명)이가 책을 읽던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효진: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유쌤: "무슨 말이야?"
효진: "바퀴벌레들이 공용화장실 옆에서 더러운 것들만 먹다가 식품코너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실컷 먹을 수 있었으니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효진이의 생각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어른들은 절대 닿을 수 없는 벌레에 대한 공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의 방향을 전환해 바퀴벌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마트습격사건을 재해석하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야기 셋, 바퀴벌레의 입장에서 피마트의 습격사건 정지동작으로 나타내기
팀별로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상상합니다. 꾸준하게 몸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연습하다보니 의견을 나누고 동작을 연구하는 모습이 진지합니다.
첫 번째 팀의 모습입니다. 바닥에 신이 난 바퀴벌레 두 마리가 있습니다. 바퀴벌레를 가리키는 사람과 도망가는 사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두 번째 팀은 은정(가명)이의 옷 색깔이 붉은 것에 힌트를 얻어 이 동작을 표현했습니다. 정육코너에 간 바퀴벌레들이 고기를 먹고 있는 장면입니다. 가운데 두 친구들이 식재료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세 번째 팀은 습격 준비 중인 바퀴벌레를 표현했습니다. 모두들 도망가는데 마트에 나쁜기운을 주는 부적을 붙이고 명상을 하고 있는 거봉선생이 보입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18. 다르게 바라보기 -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19. 주변 인물에 초점 맞추기 -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