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이영서 작가의 『책과 노니는 집』(문학동네)에는 ‘전기수’ 라는 직업이 등장합니다.
조선 후기에 소설이 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향유층이 확대되어 소설은 점차 대중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소설을 읽어 주고 일정한 보수를 받던 직업적인 낭독가가 등장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전기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낭독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삶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를 곁에 두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주시던 옛이야기부터 무성영화를 넘어 TV의 나레이션까지 낭독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그 울림의 힘은 ‘함께 나눈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아직도 연극이 부담스러우신가요? 아이들과 함께 낭독극의 세계로 빠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책과 교육연극을 넘나드는 Book+극, 북극이야기! 13번째 시간! 오늘은 '극'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렸던 낭독극 활동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왜 낭독극인가요?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교감을 나누며 책을 함께 읽는 수업’
3년 전 제자가 저의 수업을 설명해 주었던 말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낭독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낭독극은 스테이지 리딩(Stage Reading) 즉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낭독극은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두고 함께 읽기 때문에 작품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연극공연에 비해 아이들의 연기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모든 학생들이 역할을 맡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그동안 책
을 읽으며 나누었던 시, 감상, 활동들을 정리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낭독극 공연 준비하기
하나, 낭독극 작가모집하기
낭독극을 하려면 먼저 대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급전체 아이들을 모둠별로 나누고 인상적인 부분을 모아 대본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책 한 권을 낭독극으로 만들기 위해 따로 아이들을 모집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따로 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6명 모집에 6명의 아이들이 지원했습니다.
클럽 이름을 붙여보라고 하니 '배작'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배고픈 작가들'의 줄임말이었습니다. 저는 작가팀 아이들과 함께 합평의 방향을 알려주고 간식을 제공했습니다.
둘, 책을 대본으로 만들고 합평하기
책을 7개의 주제로 나누고 대본으로 옮겼습니다. 임지형 작가의 「방과 후 초능력 클럽」에서 엉뚱한 친구 동엽이와 클럽친구들 덕분에 주인공 민성이가 용기를 얻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글을 다듬었습니다. 하나의 주제가 완성될 때마다 함께 읽으며 합평하고 아이들의 눈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서로 돌려읽으며 이상한 부분, 보충하거나 넣을 부분들을 아이들은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낭독극 분량은 한 가지 도움말씀을 드리자면 낭독극의 분량은 소리내어 읽었을 때 15-25분 정도의 분량이 좋습니다. 준비하는 아이들과 공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고려해보고 제가 여러 버전을 실험 해 본 경험을 전해 드립니다.
셋, 시를 통해 낭독극을 삶과 연결하기
학급 전체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하며 중간중간 시를 썼습니다. 주인공의 입장을 나타낼 만한 시를 시집에서 찾기도 하고, 직접 주인공의 입장에서 시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가장 좋은 시는 주인공의 경험과 비슷한 아이들의 삶을 시로 풀어낸 것이었습니다.
시가 더해지니 낭독극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대본으로 옮겨 읽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낭독하는 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화가 났다. 나주중앙초 나혜정 오빠랑 저녁에 배드민턴 이 정도면 4학년치고는 잘하는 건데 나에게만 못한다고 한다. 앞으로 치는 것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화가 났다. |
오해를 푸는 방법 나주중앙초 장유은 친구와 싸우면 오해를 풀어야 한다. 오해를 풀려면 일단 마음이 가라앉아야 한다. 그리고 친구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100%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오해를 풀면 다시 친구와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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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역할 나누기
대본이 완성되고, 학급 아이들에게 모두가 작은 역할이라도 나누어서 함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가팀 이외에도 역할낭독자, 해설낭독자, 무대행동가, 기술팀(프리젠테이션 및 조명 담당), 미술팀, 음악팀으로 나누어 회의를 통해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다섯, 관객 초대하기
교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낭독극이니만큼 관객이 있어야겠죠. 관객도 초대합니다. 책을 함께 읽은 옆반 친구들, 다른 학년 친구들, 부모님까지 다양하게 초대할 수 있습니다. 수익금으로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장애인을 위한 낭독파일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무대에 극을 올리기 위해서는 조명, 음향, 동선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낭독극은 이러한 요소들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는 것, 그 자체가 좋다.
무대에 극을 올리던 날, 아이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소리 내어 작품을 읽는 모습을 보며 '정말 좋다.' 라는 말이 제 안에서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책을 읽고 무엇인가 활동을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함께 읽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닌 '함께 읽는 것' 그리고 '함께 삶을 나누는 것', 그 기쁨을 앞으로도 계속 누리고 싶습니다.
낭독극의 일부 장면을 선생님들께 전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만을 앞으로도 소개하겠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