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수업] part3. 서사문쓰기(2)
3.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쓴 글
감상문이나 수필, 에세이과 같은 글들 역시 서사문이 바탕이 됩니다. 한 주제나 대상에 대해여 생각해보고 그에 대해 떠오르는 느낌이나 감정을 정리해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철학을 쌓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에서 진실로 우러나오는 생각이나 느낌일 때 다른 사람에게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 접하고 경험한 가족이나 친구, 아끼는 물건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써보게 했습니다. 그 사람이나 대상에 얽힌 추억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다친 아빠 우리 아빠는 시청에서 일하시는 공무원이다. 가끔씩 공사 감독도 한다. 이번에는 체육공원 잔디공사감독관이다. 아빠는 누가 공사장을 보러온다 해서 서두르다 넘어졌다. 그래서 뼈가 아주 아작뽀작이 났다. 아빠가 왜 서둘러서 다쳤는지 이해가 안된다. 보러온 사람한테 다른데 있어서 늦게왔다고 하면 될건데 말이다. |
동생 나는 동생 때문에 억울하게 혼날 때가 많다. 동생은 나한테 욕쓰고 때리면서 자기가 운다. 나는 그럴때마다 동생이 너무 싫고 밉고, 억울하고, 짜증나고.... 온갖 안좋은 감정들이 생겨난다. 동생은 나보고 죽으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너만 없었으면 행복할텐데’ 이런 말을 정말 하면 안되는데 너무 화가나서 이런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그래서 동생이 싫다. |
치마 내 옷장 구석, 더 이상 입지 않는 치마가 있다. 2학년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입었는데 3학년부터는 자연스럽게 치마를 입지 않게 됐다. 치마를 사면 주말에나 한번 입고 안입는다. 치마를 입으면 왠지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치마가 왜? 그냥 옷인데? 나에게 묻고 싶다. 하지만 묻지 못한다. 내가 묻지 말라고 하니까. 물어봐도 내가 모르니까 |
거리 예전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고 내가 친구를 사귈때마다 친구들도 다른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때마다 예전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한발짝 다가가도 친구는 거절하듯이 뒤로간다. 헛걸음질 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
개학 한 달도 안되는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 왔다. 개학을 하는 날에는 시간이 넉넉하도록 조금 빨리 일어났다. 전날 밤, 가방을 챙겨 놓았지만 빠진 물건이 없는지 생각했다. 개학날은 항상 가방이 가볍다. 집을 나서는데 학원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도, 학교교문에 들어서는 것도, 우리반 문을 열고 내 자리에 앉는 것도 모두 하나도 긴장되지 않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1학기때 우리반이 너무 편해서 그런 것 같았다. 개학 전날까지만 해도 ‘벌써 2학기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교에 오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1학기때 글쓰기, 놀이등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2학기에는 용기, 자신감이 좀 더 생길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
4. 다른 인물이 되어 일기쓰기
저는 그림책이나 시를 가지고 교육연극을 활용한 수업을 자주 합니다. 교육연극의 기법중에서는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기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작품속 인물이 되어 일기를 쓰는 활동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서사문쓰기가 어느정도 익숙해져가는 것 같아 짧은 시 한편을 소개하며 서사문 쓰기 연습했던 것들을 활용하여 일기쓰기를 했습니다.
괜찮냐고 너는 물었다.
괜찮다고 나는 울었다.
-새벽세시
이 시는 굉장히 정보가 부족한 시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참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시이죠.
어쨋든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갑자기 일기를 쓰라고 하면 굉장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만들어 갑니다.
“이 시의 주인공은 몇 살일까요?”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합의를 통해 나이와 성별, 인물의 성격과 외모와 같은 구체적인 모습을 함께 설정합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생겼길래 이런 시가 나왔을까요?”
구체적인 정보가 정해졌다면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해 시와 관련된 인물의 여러 가지 사연을 브레인 스토밍 합니다. 이후 쏟아진 이야기들 속에서 하나를 골라도 되고 자기가 그 인물이 되어 일기를 씁니다. 물론 사연을 새로 만들어 쓸 수도 있습니다. 소설이나 동화들은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 역시 다른 인물이 되어 일기를 지어내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이 실제 경험했거나 보고 들은 일에 대한 감정이 반영이 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다른 인물이 되었기에 더 솔직하게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왕따 “괜찮아?” 매일 놀아야 할 애가 집에만 있으니 엄마가 괜찮냐고 물어본다. “괜찮아...” 일단 괜찮다고는 했는데... 내가 멍청해서 이런 것에 눈물이 난다. |
시험 망친 날 오늘은 수학시험을 본다. 내가 가장 잘하는 과목이라 자신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물 뜨러가다가 첫사랑을 봤다. 1반 김정운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평소 용기 내어 고백하고 싶었다. 갑자기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밍을 잡기위해 김정운을 계속 따라갔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저.. 저기! 있잖아… 나, 너 좋아해“ “미안” 시험시간이 다가온다. 선생님께서 복습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저 멍.하.니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정운이에게 고백했던 그 순간만이 반복해서 맴돌았다. 마침내 시험시간. 시험지를 봐도 그냥 머리가 띵했다. 문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있었다. 채점을 하니 65점이었다. 아… 고백도 차이고 시험도 망했다. 눈물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내 시험 점수를 본 친구들이 놀라며 나에게 물었다. “괜찮아?” “응 괜찮아, 이 정도 가지고 뭘!” 아니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 지금도 마음속에는 비가 소나기처럼 굵게 내리고 있다. |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사문쓰기를 해 나가다 보니 어느덧 하루를 몇줄로 요약해버리던 아이들의 글에 점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역시 점점 달라지는 자신들의 글을 보며 글쓰기에 점점 흥미를 붙이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글을 바탕으로 모둠별로 짧은 즉흥극을 만들어 발표를 하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기에 더 재미있어 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