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생존법 -프로젝트 편-
(* 이 글은 이미 지난 대학원 시기를 회고하며 쓰는 글입니다)
학교를 돌아가게 하는 것 중에 없으면 안 될 것이 바로 재정적인 지원이다. 달리 말하면, 바로 돈, 머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처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야 여유가 생기는데 이는 대학원생에게도 연구실에도 통용되는 진리다. 안정적으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연구 생활을 충분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재정이 충분하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최소한 먹고 살만해야 연구를 할 수 있다. 당장의 생계(식비, 월세, 교통비 등)이 해결되지 않는데 본투비 학자DNA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눈앞의 연구활동이 눈에 들어오기 힘들다. 연구를 업으로 삼는 대학원생이 학비를 조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은 학교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꾸준한 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장학금 신청에도 자격이 있고 조건이 있으며 대부분 경쟁률이 있어 마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행운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이쯤되면 나올 질문이 있다.
"혹시 연구실에서는 학비를 지원해주지 않나요?"
"아, 고객님 연구실 학비지원 말씀입니까? 연구실에서 모든 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아주 극히 드문 경우로 만수르처럼 부유한 연구실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누구든 참여만 한다면 연구실에서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들어보시겠습니까?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말씀해주세요."
"네네! 연구실에서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 알고 싶어요!"
"바로 연구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어요^^. 일정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소정의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인건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줄여서 플젝)는 사업을 의미하며 보통 외부 기업에서 연구실에 의뢰가 들어오거나 교내의 크고 작은 사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플립러닝이 교육계에서 큰 바람을 불러 일으켰을 때, 대학교에서는 플립러닝을 뒷받침할 연구가 더 필요할 수 있다. 플립러닝의 교육의 효과성이나 대학에서 플립러닝을 적용하는 사례에 대한 연구를 관련있는 연구실에 돈을 줘서 의뢰를 하면 그 연구실에서 인건비와 연구지원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의뢰한 쪽에 준다 .이때, 의뢰인이 사업을 맡기면서 준 경비의 일부인 인건비를 프로젝트 참여하는 기간동안 받고 이를 학비로 조달하는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액수가 클수록 더 많은 연구지원비를 받아 연구실의 다과가 풍족해질 수 있고, 대학원생도 인건비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고, 더불어 할 일도 더 많아질 수 있다.
"아하, 그렇다면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인건비를 많이 받으면 더 안정적으로 연구생활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돈도 벌고 개인 연구도 잘 하기에 사람의 몸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절대 일한만큼 인건비를 주지 않는다. 만약 내가 일한만큼 인건비를 주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또한 운이 좋은 경우라는 것에 놀라지 말지어다. 한 달 인건비를 프로젝트 수행에 쏟은 시간으로 나누었을 때 최저시급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대학원생을 왜 '도비, 도비'하며 부르는지 짐작이 가는가? 따져보면 최저시급보다 못한 인건비를 받기에, 나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괜찮아요. 나는 연구도 잘 할 수 있고, 프로젝트도 잘 수행할 자신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대학원생들을 보았는데, 결국 자기 연구에 소홀해지거나 프로젝트를 따라가기 벅차 본인의 의도는 아니지만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쳐 참여를 안 하느니만 못하는(인건비만 빼나가는) 모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어도 프로젝트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우선 교육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적으며 대기업들과 연계한 프로젝트가 많은 공대쪽과 다르게 교육학 분야의 전공은 대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도 별로 없다.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 한국의 대기업과 일한 기억이 없다. 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받을 수 있는 인건비가 적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프로젝트가 있어 연구실이 굴러가기에 대학원생에게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다. 보통은 자기의지도 있지만 연구실의 상황상 필수적으로 해야되는 상황이 오는 이유다. 그럴 때 이왕이면 프로젝트를 하면서 무언가를 얻어가는 시간으로 만들기를 권한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연구실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며 자연스레 학교 생활과 연구에 대해 내가 몰랐던 정보들을 알게 되고 연구하는 법을 옆에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했던 내용을 발전시켜 학회지에 논문을 개재하기도 하며 학회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또한 자기의 흥미와 비슷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도와 전문성을 높일 수도 있다.
대학원생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은 프로젝트. 자신의 목적이 가능한 많은 학비를 지원받는 것이라면 추천하지만, 개인의 시간이 더 중요하고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안 해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