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등교합니다] 대학원 갈까, 말까?
지독했던 임용고시 공부 후에 다시는 연필을 잡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휴직을 하고 대학원을 다닌다. 출퇴근 시간을 비껴가 약간은 한산해진 버스를 타고,
'오늘도 등교합니다.'
나는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나!'라고 보일 정도로 수능 공부할 때보다 더 열심히 임용고시 공부를 했다. 그래서일까. 교사가 되고 나서는 내 인생에 더 이상의 공부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교생활은 나의 상상보다 바빴다. 발령을 받고 학교에 출근하고 보니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조차 벅차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생각도 들지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쓰러져 자는 사람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그러던 어느 당직 날, 나는 학교에 있는 젊은 선생님과 근무를 하게 되었다. 다른 학년이라 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선생님이었는데,
"선생님, 선생님은 대학원 안 가요~?"
라고 대화를 시작하셨다.
"아, 대학원이요? 하하. 네, 저는 아직.. (머쓱) 선생님은 대학원 다니세요?"
"네 저는 발명영재 쪽으로 다녀요~."
발명영재? 처음 들어보는 전공이다. 아 그래서 선생님은 발명반을 맡고 계신 거였나?
"그렇구나. 어쩌다 가시게 되셨어요?"
"저는 졸업하면서 교수님 권유로 가게 되었어요. 더 늦기 전에 가요~ 안 그럼 힘들어요."
대화가 기폭제가 되어 남은 당직 시간 동안 교육대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무슨 과들을 모집하는지 둘러봤다.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주지교과도 있었고 박물관미술관, 교육연극과 같은 생소한 전공들도 있었다. 다양한 전공들도 있다는 게 신기했으나 나의 관심은 신기함에서 끝났다.
'대학원? 아직은 별로....'
친구들과 하는 독서모임만으로도 지적 만족감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느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젊은 선생님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집에 가세요~? 몇 번 타세요?"
"아뇨. 저 오늘은 대학원가요~"
"대학원이요? 오 선생님 대학원 다니세요?"
"네 저 음악교육 전공으로 다니고 있어요^^ 버스 왔네요. 먼저 갈게요!"
'아. 저 선생님도 대학원을?'
다들 나처럼 집으로 퇴근하시는 줄 알았는데 대학원으로 공부하러 가신다니, 잘 모르는 선생님이었지만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참 열심히 사는 분으로 보여졌다. 퇴근 후에도 더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게 부러웠고, 그것을 실천하며 산다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
그렇게 눈깜짝할 사이에 신규발령을 받은 지 약 2년의 시간이 지나, 학교에서 내내 붙어다녔던 발령동기들이 하나둘씩 대학원에 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을 진학해서 벌써 졸업장을 받았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렸다. 삶을 효율적으로 산달까... 현명하게 사는 친구들은 이미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서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인 것 같았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 조급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나도 언젠가 대학원에 간다면 그들처럼 정말 공부하고 싶은 걸 선택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주변의 영향 덕분이랄까. 힘들게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기억은 이미 미화되기 시작했고 내 마음은 대학원으로 기울고 있었다. 나는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신중하게 찾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그렇다면, 어느 전공을 선택해야 할까?
대학원에 진학하고 끝까지 끈기 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
대학교 때 내가 제일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을 떠올려보니 부전공한 여성학 수업이었다. 항상 새로운 시각에서 삶을 조망하던 것이 매력적이라서 전공만큼, 때론 전공보다 학점이 잘 나오던 과목이었다. 한창 좋아했을 때는 여성학과로 대학원을 가는 것도 생각했을 만큼 푹 빠져있었다. '오케이. 그럼 여성학의 특성이 베여있는 교육학 관련 전공으로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교육인류학'이라는 전공을 알게 되었다.
그럼 그 전공은 어느 학교에 있을까?
주변의 사례를 보니 3가지 종류의 대학원이 있었다.
1) 교대의 교육대학원,
2) 일반대학교의 교육대학원,
3) 일반대학교의 일반대학원이다.
교육인류학을 공부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학교는 3)의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였다. 이왕 공부할 거 일반대학원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대학원 입시요강이 안내되어 있었다. 보통 1년에 한 번 뽑으며 입학을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봐야했다.
'필기시험이라니..? 나, 잘 할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