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얼결에 합격은 했는데...
11월 25일 발표날.
벼락치기로 공부했지만 느낌이 좋아서인지, 이제 두 번째 도전이니까 될 거라는 기대감인지. 여하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결과 확인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은 단호했다. 수험번호를 치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화면은 광대역 LTE가 깔린 나라답게 몇 초 만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화면의 글자는
‘합. 격.’
앗싸 합격이다! 겉으로는 결과를 개의치 않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한 핑계,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합격이란 글자를 보자마자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내 얼른 이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엄마, 나 합격했어!”
곧 답장이 왔다.
“우리 딸 축하해ㅡ 그럼 휴직해야 하나?”
대학원을 준비할 때도 가끔 물어보셨던 질문이다.
이 간단한 질문. ‘휴직해야 하나?’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첫째, 앞으로 2년간 수입이 없다. 둘째, 앞으로 2년간 지출만 있다. 즉, 가정에 경제적인 보탬이 되지 못할뿐더러 가정에 기생해야 하는 돈 없는 대학원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4학기 동안 필요한 등록금은 얼추 계산해보아도 약 1200만 원.
등록금 외에 매달 나가는 핸드폰, 보험금, 교통비 등의 고정지출 비용을 최소로 잡아도 2년을 계산하니.....뜨아....큰 돈이다. 이제 한창 돈을 모아야 할 사회초년생인데 공부만 하는 사치를 누려도 되는 건가. 나 정말 대책 없이 합격했구나. 여기서 잠시 생각을 멈췄다. 더 생각하면 휴직을 못 할 것이고 그럼 입학을 미룰 것 같았다. 그리고 입학을 미루다간 입학을 포기할 것 같았다. 입학을 포기할 순 없어 답장했다.
“아마,.. 그래야 할 것 같아 ㅠ_ㅠ.”
휴직을 할 수도 있겠다는 딸에게 엄마가 한 말은.
“엄마가 도울 수 있을 때 해.”
였다.
고마웠다. 그리고 안도했다.
합격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면서도 걱정되는 일이었다. 나는 야간제가 아니라 전일제로 대학원에 다니고 싶었고 우리 전공은 전일제로 대학원에 다니려면 휴직을 해야 하고, 휴직하면 월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엄마가 너무나 든든하게 말씀을 해주신 거다.
엄마는 행여 내가 돈 때문에 휴직을 망설일까 봐, 걱정하지 말라며 엄마가 아직 일하니까 괜찮다며 마음을 토닥여주셨다. 이래서 가족이 나의 제일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하는 건가. 그동안 모은 월급통장이 나를 먹고 살려주겠지만 엄마와 아빠가 밥벌이를 쉬는 나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히 휴직을 선택할 수 있었다.
대책 없었다는 말은 내가 나를 속이는 거짓말이었다. 우리 가족이 나를 믿고 지지해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믿어주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대학원이 뭐라고... 너무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일이다. 내리사랑보다 큰 사랑이 또 있을까. 나는 부모님께 기대기만 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의 사랑에 기댄다.
“으헝... 고마워.”
그렇게 가족의 응원 속에, 내 교직 인생에 때 아닌 쉼표를 찍게 되었다.
‘학교, 잠시만 안녕. 학생으로 돌아갔다 올게.’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글을 퇴고하였습니다. :)